[시민 칼럼] 경찰 人事구조 바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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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일선 경찰관과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포교하는 '경승'으로 20년 이상 경찰서를 드나들면서 우리나라 경찰 조직은 완전한 '에펠탑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순경.경장.경사가 86.3%를 차지하고 있고 초급 지휘관인 경위.경감이 11.9%다. 이 구조가 바로 "말단으로 들어와 말단으로 퇴직하는 신세"를 만드는 것이다.

10명이 순경으로 시작해 그 중 7명은 경사로 퇴직하는 현실이 바로 이 구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진급하셨느냐"고 묻는 것은 서로를 민망스럽게 하는 일이 됐다. 경찰관에게는 인사로 인한 좌절감이 '조직의 쓴맛'이다.

문제는 어려운 승진, 급여상의 불이익 등 경찰의 인사구조에서 파생되는 불합리한 점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 불합리성은 치안 서비스의 질로 이어진다.

국가공무원이나 지방.세무공무원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의 공무원들과도 비교하기 다소 안쓰러운 직급별 정원 기준과 승진 격차는 사기의 문제로 직결되지 않을 수 없다.

일반직 공무원이 9급에서 6급으로 올라가는 데는 평균 17년이 걸린다. 그런데 경찰의 경우 24년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우리나라 경찰관들의 깊은 충성심과 높은 직업의식을 대변하는 수치가 아닐까.

파출소장을 경사급이 맡고 있는 경우 위급한 상황에서 사법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아 주변의 경위급 소장이나 경찰서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업무상의 불합리한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례다.

경찰 조직이 하부가 비대하고 중층부가 빈약하면 그만큼 지휘와 통제, 외부 기관과의 협조나 정책 기획 등이 취약해지는 한계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10년 전부터 5년 계획을 추진해 경찰 구조를 '에펠탑형'에서 '종형'으로 바꾸었다. 경찰의 직급불균형 해소와 불이익, 승진 문제 등 '조직의 쓴맛'이 해소되면 대국민 치안행정 서비스가 향상된다. 동시에 일선 경찰의 사기, 국민 인권 보호 등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다.

법 혜 민족통일불교 중앙협의회 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