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 청년버핏' 거짓말 결론...네티즌 "리플리 증후군 같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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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김상동 경북대 총장을 만나 향후 5년간 13억 5천만원을 기탁하기로 한 박철상씨[사진 경북대 홈페이지]

지난 2일 김상동 경북대 총장을 만나 향후 5년간 13억 5천만원을 기탁하기로 한 박철상씨[사진 경북대 홈페이지]

2005년 과외 아르바이트로 모은 1500만원을 들고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10년 만에 400억원대 자산가가 돼 유명해진 인물. 주식 투자를 그만두고 장학 기금 10개를 운영하며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밝힌 33살의 대학생. 경북대학교 4학년에 재학 중인 박철상씨의 별명은 '청년 버핏'이었다.

그러나 8일 박씨의 '400억원 주식 성공' 신화는 모두 거짓말로 결론지어졌다. 이날 오전 주식투자 카페 '가치투자연구소'를 운영 중인 김태석 대표가 "지금까지 알려진 기사 내용과 말과 행동의 상당 부분이 거짓임을 조금 전 박씨에게 직접 확인했다"며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박씨가 400억원을 벌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고, 24억원에 이르는 기부금 중 상당수도 다른 이들의 돈이었다. 현재 박씨가 가진 투자금은 5억원 정도라는 게 핵심이다. 박씨의성공 신화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한 신준경(44)씨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그는 후배들에게 영웅으로 남고 싶었고, 여러 인사들을 만나면서 자신의 신분상승에 취해있었다. 정도"라며 "참, 착찹하다"고 적었다. 신씨는 '청담동 주식부자'라는 별명을 가졌던 이희진씨에게도 의혹을 제기했던 인물이다.

그간 박씨의 주장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난 이후 네티즌들은 대체로 "너무 말이 안 됐었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리플리 증후군'과 비슷한 것 아니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리플리 증후군은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거짓말을 사실이라고 믿는 현상을 의미한다.

의혹을 제기한 신씨도 지난 4일 이희진을 거론해 박씨를 비판한 바 있다. 신씨는 "이희진에게 돈 번 내역 보여달라니 수십억 차와 빌딩 등기부 등본 보여줄 때와 데자뷔"라며 "레파토리는 하나도 다르지 않냐"고 적었다.

박철상씨는 지역 방송에서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광주MBC 화면 캡처]

박철상씨는 지역 방송에서 강연자로 나서기도 했다. [광주MBC 화면 캡처]

박씨의 '성공 신화'를 검증 없이 확산하도록 한 언론에 책임을 묻는 네티즌도 있다. 트위터에서 @ffree***** 계정을 이용하는 네티즌은 "400억번 청년워렌버핏 신화를 만든건 누구였을까? 박철상? 아니면 그를 인터뷰하고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뽑는데 심취해 있었던 언론?"이라며 박씨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한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박씨는 이날 언론을 통해 "기존에 순수 하게 제가 번 돈으로 기부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14억원 정도 번 것이 맞다"면서도 "400억원 자산을 직접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간 관련 질문을 피하고 이를 바로잡지 않았던 것은 다 제 불찰"이라고 고백했다. 이어서 그는 "거짓이 탄로 날까 항상 불안했고, 미리 바로잡지 못했던 걸 후회한다"고 밝혔다.

박씨는 홍콩 자산운용사에서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등의 이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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