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법원을 찾은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가족이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항의를 받고 눈물을 쏟았다.
7일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이 부회장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원서에 시민 2729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삼성이 어쩌라고" "문재인한테나 가"라며 고성을 터트렸다. 일부에서는 "병X들이 왜 여기 와있어? 돈 뜯어내려고 왔냐?" "인천 앞바다에 들어가 버려라" "돈은 백남기한테 가서 달라 그래" "종북 빨갱이들은 물러나라"라고 소리치는 사람까지 나오자 삼성 직업병 피해자 한혜경씨는 "너무 심한 거 아니냐"라며 눈물을 흘렸고, 법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청사를 빠져나갔다. 한씨의 어머니 김시녀씨도 끝내 법원 밖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한씨는 1995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생산직으로 입사해 2005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 두 차례 수술 후 의사 표현은 가능하지만 사지를 움직일 수 없게 됐다.
또 이들이 법원 밖에서 삼성 노동자 직업병 피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동안에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남의 돈을 그냥 먹으려고 드느냐" "재벌 되기 쉬운 줄 알아" 등의 막말을 내뱉어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반올림과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기자회견에서 "돈과 권력이 있더라도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는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재판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며 "노동자들이 병들고 죽어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이 부회장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