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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육군 대장 부부의 갑질, 송영무 국방장관이 사과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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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 공관병에게 ‘갑질’을 일삼은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이 군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됐다. 어제 나온 국방부 조사 결과를 보면 그의 부인은 공관병을 쉽게 부르기 위해 손목에 호출 벨을 차게 하고 아들 빨래를 시키는가 하면 텃밭농사에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또 부엌칼을 도마에 세게 내려쳐 위협을 가하고 뜨거운 전을 얼굴에 던지기도 했다. 심지어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부모를 흉보는 식의 비인간적 처사도 서슴지 않았다. 박 사령관도 공관병에게 골프공을 줍도록 했다. 부인의 횡포는 지난해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귀에까지 들어가 경고까지 받았지만 멈출 줄 몰랐다.

도대체 병영 안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 군 고위 간부의 삐뚤어진 행태는 비단 이들 부부만의 일이 아닐 수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면 좀 더 광범위한 발본색원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육군이 운영 중인 90개 공관에 근무하는 100여 명의 공관병을 대상으로 갑질 사례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국방부는 2014년 육군 ‘윤 일병 가혹 행위 사건’ 이후 병영문화 혁신을 위해 엄청난 노력과 캠페인을 했다. 그런데도 군 최고의 계급으로 모범을 보여야 할 육군 대장과 그 부인이 어이없는 갑질을 일삼았다. 이래서야 군 기강이 제대로 서겠는가.

차제에 군 공관에 근무하는 병사들을 모두 야전으로 돌려보내기 바란다. 저출산 등으로 앞으로 병력이 모자랄 판이다. 병사는 신성한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입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자제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핵 개발로 안보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엄중한 상황이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직접 나서서 군 기강을 바로잡고 이런 일의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