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구멍 뚫린 교사 수급, 땜질 처방은 이제 그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서울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내년도 초등학교 교사 선발 인원이 줄면서 임용고시 준비생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 선발 규모가 줄어든 것은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다. 초·중·고 학생은 6년간 20% 가까이 줄었다. 특히 초등학생 수는 2010년 330만 명에서 지난해 267만 명으로 더 급격히 줄었다. 게다가 고령화 추세로 더 오래 일하는 분위기 속에서 명예퇴직 교사 수도 급감했다.

이 때문에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학교에 자리가 없어 발령을 받지 못한 초등교사가 올해 3000명을 넘어섰다. 이렇게 3년 동안 발령받지 못해 규정상 합격이 취소될 위기에 몰리자 뒤늦게 선발 인원을 확 줄인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볼썽사납게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정권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이라는 미명하에 교사 임용 인원을 줄이지 못하게 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문제가 심각해지는데도 교육당국은 ‘폭탄 돌리기’만 해 온 것이다. 서울교대생들은 4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을 만나 “널뛰기 행정의 책임을 교대 학생에게 지우지 말라”고 따졌다. 조 교육감은 “문재인 정부의 최대 교육공약인 ‘1수업 2교사 제도’를 조속히 시행하도록 청와대에 촉구해 더 많은 교원이 교단에 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교사들이 호응하지 않는 ‘1수업 2교사’ 제도가 근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교사 수를 늘린다고 교육의 질이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다. 외려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게 세계적 추세다. 이참에 로스쿨처럼 교사 육성·임용을 함께 책임지는 교사 양성 시스템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교대·사범대가 아니라 서울 노량진의 사설 학원에서 임용고시용 암기학습을 하면서 교사가 양성되는 지금의 시스템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