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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배우 봉태규 "꽃미남 아니면 어때 ? 연기로 말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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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뭐 저렇게 생겼어?" 그를 TV에서 처음 본 사람들은 열에 아홉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연기하는 걸 보고 나면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저 배우 누구야?"

봉태규(22). 최근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정다빈의 천방지축 동생 정우 역으로 얼굴을 알렸고, 영화 '바람난 가족'에서 옆집 가정주부에게 연애를 거는 고교생 지운 역으로 충무로에 바람을 일으켰다.

'옥고'의 인기 덕에 다음달 15일부터 방영되는 시트콤 '논스톱4'의 주역도 따냈다. 배우같지 않은 외모, 그러나 한번 보면 잊어버리기 힘든 인상. 봉태규가 궁금했다.

#저보고 외계에서 온 아이래요

봉태규도 잘 알고 있다. 꽃미남과 얼짱(얼굴 짱)이 대세인 요즘, 자신의 생김새가 확실히 튄다는 사실을.

"어떤 기사에서 저를 '지구인을 닮은, 외계에서 온 아이'라고 했더라고요. '다른 별'사람인 건 맞아요(웃음). 배우 하면 일단 잘생기고 빼어난 용모라고들 생각하는데 전 반대잖아요. 첫 인상부터 경계심을 풀어주고 보는 사람에게 자신감을 주는 얼굴이라고 할까(웃음). 한마디로 배우같지 않은 특이한 생김새가 신선했나봐요."

그렇다. 그에게서는 비누 냄새가 나기는커녕 불량(不良)의 냄새가 풍긴다. 주류보다는 비주류, B급이라고나 할까.

데뷔작인 영화 '눈물'(2000년)이나 '정글쥬스''품행제로'(2002년)'튜브'(2003년) 등에서 맡았던 역할이 죄다 '양아치'과(科) 아니면 '불량 고딩'이었던 탓도 크다.

그래서인지 봉태규에겐 섭한 말일지 몰라도 확실히 고등학교 시절 본드 한두번은 맡았을 것 같고 동네 애들 코 묻은 돈깨나 뺏었을 것 같은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천만의 말씀이에요. 부모님이 맞벌이였고 제가 늦둥이라 누나들과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누나들이 저를 워낙 엄하게 대해서 곁눈질할 겨를이 없었어요. 고등학교 때는 하도 설거지를 많이 시켜서 주부습진 걸린 적도 있었다니까요."

#스물두살 치고는 잘했죠?

그 덕분인지 연상의 여자들이 편하다. 물론 연상의 여자들도 그를 편해한다. 고등학교 때는 열한살 연상의 누나와 사귄 적도 있었다( ! ).

'바람난 가족'의 지운은 유복한 집에서 자란 고등학생이다. 지운은 옆집 여자 호정(문소리)을 본 뒤부터 열심히 '도끼질'을 시작한다. 호정과 여성의 '그 곳'을 얘기하다 "한번 보죠, 교육적으루다가"라고 말하는, 약간은 어리숙하고 약간은 엉큼하기도 한 문제아다.

"유부녀라는 점만 빼면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전 사람들이 '바람난 가족'을 머리 아프게, 심각하게 보지 않았으면 해요. 사실 이 영화는 유괴당해서 죽는 아이만 빼고는 전원이 다 행복해지는 내용이에요. 왜냐하면 다들 자신이 정말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보니까요."

봉태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아이를 잃고 슬픔에 잠긴 호정과 벌이는 마지막 정사 장면을 꼽았다. "'바람난 가족'전에는 제가 어딘지 굳어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완전히 풀어져 편하게 연기한 것 같아요. 스물두살이라고 도저히 보기 힘든 감정 표현 아니었어요? (웃음) 또 제게 늘 들어오던 '양아치''쌈마이' 역할과 달랐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불량은 불량이지만 '명품 불량'이라고나 할까요."

#장난꾸러기 대학생 태규의 변신 기대해 주세요

봉태규의 연기 입문은 여느 연예인의 그것처럼 거짓말같이 이뤄졌다. 햄버거 가게 앞에 서 있는데 오디션 제안을 받은 것이다. 2000년 초 '바람난 가족'의 임상수 감독이 준비하던 영화 '눈물'이었다.

미대 실기 시험을 일주일 앞두고 오른팔이 부러져 재수를 준비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에게 배우가 된다는 건 한번도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눈물'출연은 '정글 쥬스'와 '품행제로'로 이어졌고 류승범의 동급생으로 나온 '품행제로'덕분에 '옥고'를 하게 됐다. '옥고'의 정우는 처음에는 비중이 작았는데 반응이 뜨겁자 점점 대사량이 늘어났다.

"가벼운 마음으로 출연했는데 그렇게 되니까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팬클럽 회원들이 저보고 '오빠, 진짜 잘생겼어요!'라고 할 때보다 더 당황스럽던걸요."

누가 봐도 잘 풀린 행로다. 자신도 인정한다. "지금까지 운이 참 좋았어요. 과대평가된 면도 있고요." 이 말은 뒤집으면 이제야 출발선상에 섰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전만큼 좋은 연습이 없다고들 하잖아요. '논스톱4'는 매일 출연하고 매일 모니터할 수 있으니 좋은 수업이 될 것 같아요."

'논스톱4'에서 그는 잔머리가 초특급으로 발달해 늘 말썽만 부리는 역할이다. 장난기와 위트, 그리고 여유까지 가득한 쾌활한 성품의 그가 또 어떤 '다른 별'사람의 면모를 보여줄까. "잘 닦인 고속도로보다 물도 고이고 풀도 나있는 자갈밭을 가는 게 더 좋다"는 그의 각오가 기대를 갖게 한다.

기선민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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