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섬 하나를 통째로? '군함도' 이렇게 만들었다

중앙일보

입력

[매거진M] 올여름 최고의 한국영화 기대작으로 등극한 류승완 감독의 역사 블록버스터 ‘군함도’(7월 26일 개봉).일본의 탄광섬 하시마(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들의 혹독한 수난사를 스크린에 불러오기 위해,제작진은 70여 년 전 군함도의 기이하고 생생한 풍경을 놀라운 비주얼로 재현해냈다.magazine M이 ‘군함도’의 공간을 창조한 이후경 미술감독과 이모개 촬영감독을 만나 제작에 얽힌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군함도’의 전체 설계를 진두지휘한 류승완 감독의 인터뷰도 함께 전한다.

이모개 촬영감독과 이후경 미술감독이 말하는 '군함도' 제작기

군함도 - 실제 군함도 모습의 2/3를 재현한 초대형 세트

군함도

군함도


이후경미술감독"실제 군함도는 남북으로 480m, 동서로 160m 정도 크기의 작은 섬이다. 위협적인 콘크리트 옹벽과 회색빛 건물로 가득한 군함도의 외형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강원도 춘천역 앞에 있는 13만2000㎡(약 4만 평)규모의 옛 미군기지 터를 빌려 6만6000㎡(약 2만 평)의 세트를 제작했다. 영화를 보면 섬 중앙에 50~60m 되는 돌산이 있다. 그 돌산을 기준으로 북쪽엔 거주 구역이, 그 아래엔 탄광 운반 벨트가 있는 넓은 작업장이 있다. 실제로 돌산 높이를 다 만들 수 없어서 15m 정도만 쌓고 나머지는 CG로 만들었다. 거주 구역이나 유곽·목욕탕·탄광 내외부 등 세부 공간을 만드는 작업은 촬영 막바지까지 이어졌다. 촬영 스케줄 표에 맞춰서 한 공간을 완성한 후 촬영을 하고, 옆에선 다른 공간을 만드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번화가 - 전혀 다른 분위기의 미장센


이후경미술감독"일본의 근대 시설물을 디테일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게 주목적이었다. 실제 군함도는 섬 안에 부지가 부족해 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 느낌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공간이기도 했다. 번화가라 주요 시설물이 모두 모여 있어야 해서 우체국·경비대·술집·약국, 그리고 실제 존재했던 ‘쇼와관’이라는 극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번화가 안쪽에 위치한 유곽은 당시 조선 여인들의 생활상을 염두해 굉장히 낙후되고 열악한 공간으로 보이도록 제작했다."

이후경 미술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이후경 미술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목욕탕 액션 - 액션의 무대로 변신한 군함도 목욕탕


이후경 미술감독"실제로 군함도 목욕탕에 탕이 세 개가 있었다고 한다.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탕은 광부들이 옷을 벗으면서 들어가 빨래를 했고, 그다음 탕에선 석탄 가루 범벅인 몸을 씻고, 가장 마지막 탕에선 몸을 한 번 더 헹구는 식이었다고 한다. 목욕탕신에서 배우들의 맨몸 액션이 많지 않나. 그래서 전부 폭신하고 부드러운 재질의 가짜 타일을 제작해 붙였다."

이모개 촬영감독 "이틀에 걸쳐 완성한 액션신이다. 한여름이었고, 뜨거운 물로 흥건했고, 배우와 스태프가 좁은 공간에 밀집한 채로 장면을 만들었다. 정두홍 무술감독의 액션 연출도 그렇고, 소지섭과 김민재 배우의 액션 합도 굉장했다. 여러모로 현장의 열기가 대단했던 장면이다."

거주 구역과 지옥계단 - 조선인은 아래로, 일본인은 위로

이후경 미술감독 "당시 군함도엔 일본 최초 콘크리트 구조물로 지어진 아파트가 있었다. 군함도에 상주한 인원이 5000명 정도였다고 하는데, 인구 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집을 수직으로 쌓는 아파트를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걸 모티브로 이 공간은 계층 구조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일본인은 위층 아파트에 살고, 조선인은 아파트 지하 보일러실이나 섬 한쪽 구석에 나무로 만든 공간에서 지냈다. 그래서 조선인이 머무는 곳은 약간 감옥 같은 느낌을 줄 수 있게 만들었다. 조선인의 거주 공간에 가기 위해선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데, 이를 지옥계단이라 불렀다고 한다. 지옥계단을 만들면서 여러 일본인에게 ‘왜 지옥계단인지’ 물었는데 다들 잘 모르더라."

이모개 촬영감독"지하의 수직갱,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거주 구역 건물, 지옥계단 등 ‘군함도’는 수직적인 구조물이 많았기 때문에, 화면비에 대한 고민도 적지 않았다. 비교적 세로가 긴 1.85 : 1이나 4 : 3 포맷으로 하면 시각적으로 이를 극대화하기 할 수 있을 터였지만, 결국 2.35 : 1의 와이드 화면을 끝까지 고수했다. 군함도를 수직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그 속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을 폭넓게 보여주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모개 촬영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이모개 촬영감독 / 사진=정경애(STUDIO 706)

개미굴 - 공간도 촬영도 연기도 막장처럼


이후경 미술감독 "개미굴 세트의 경우 실제로 좁고, 높이도 1m가 채 안됐다. 그래서 천장을 뚜껑처럼 덮었다가 뗄 수 있게 만들었다. 처음엔 크레인을 이용해서 배우들이 다 들어간 다음 천장을 덮고, ‘컷’ 하면 다시 올렸는데 나중엔 시간이 모자라서 다들 기어서 들어가고, 기어서 나왔다. 대부분 맨몸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바닥에 식용 숯과 미용 숯 등 부드러운 숯가루를 뿌려서 그나마 큰 부상이 없도록 노력 했다."

이모개 촬영감독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촬영 공간이다. 배우도 촬영팀도 저 좁은 공간을 기어 들어가 엎드린 채로 연기를 하고, 촬영을 했다. 배우들은 거의 맨몸 상태였고, 우리는 장비를 이고 드나드느라 고생이 많았다. 살도 많이 까졌고."

후반부 전투·탈출 장면 - 낮을 밤으로 바꾸다


이모개 촬영감독"영화에선 어둑한 밤으로 나오지만, 현장 여건 상 낮에 촬영할 수밖에 없어 ‘데이 포 나이트’(Day For Night, 낮에 촬영해 밤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것)로 작업했다. 후반 작업에서 색보정으로 색감을 조율했는데, 그때 참고한 게 ‘글래디에이터’(2000, 리들리 스콧 감독)의 초반 전투 장면이다. 이번 영화 속 하늘은 전부 CG인데, 잘 보면 점차 녹색빛에서 보랏빛으로 물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테다. 내 작업 가운데 ‘군함도’처럼 색보정을 오래 공들여 한 작품도 없다."

폭격 속 군중 장면 - 디테일이 살아 있는 롱테이크


이모개 촬영감독 "이번 영화에서 가장 값 비싼 컷이다. 폭격을 피해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편, 건물이 부서지고, 곳곳이 폭발하는 모습을 롱테이크로 한 번에 담아야 했다. 위험하기도 하고, 특수효과도 많이 들어간 장면이라 실수 없이 촬영하는 게 중요했다. 하루 종일 리허설한 뒤 촬영을 마쳤다."

오프닝 시퀀스 수직갱 - 막장 속 육체노동의 풍경


이후경 미술감독"당시 강제 징용됐던 조선인이 어떤 환경에서 작업을 했고, 죽어갔는지 표현해야 하는 중요한 공간이었다. 실제 조선인의 자료는 남아 있는 게 거의 없었다. 몇 장의 사진은 대부분 근대식으로 작업하는 일본 광부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인도나 네팔 등 열악하게 손으로 석탄 채굴 작업을 하는 곳의 이미지를 참고해 공간을 만들었다."

이모개 촬영감독"수직갱 장면은 세바스티앙 살가두의 금광 사진(살가두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제네시스 : 세상의 소금’(2014, 빔 벤더스·훌리아노 리베이로 살가두 감독)에도 그 풍광이 여러 차례 나온다)에서 영감을 받았다. 카메라가 수직갱을 부감으로 비출 때, 비좁은 막장에서 육체노동을 하는 조선인의 적나라한 풍경이 한눈에 담기길 바랐다."

이후경 미술감독"탄광 내부는 별도로 약 500평 정도 되는 실내 스튜디오에 세트를 지었다. 개미굴과 수직갱·막장 등 여러 탄광 세트를 만들었는데, 카메라의 위치나 움직임을 위해서 여러 부분을 떼고 붙일 수 있게 조립식으로 제작했다. 그래서 장면에 따라 부분적으로 분리하거나 붙여서 촬영했다."

촛불 장면 - 조선인들 촛불을 들다


이모개 촬영감독"콘티가 완성된 건 2016년 3월이었다. 원래는 말년(이정현)의 대사로 장면을 전환하려다가 류 감독의 아이디어로 동선을 바꿨다. 카메라가 뒤로 이동하면서 조선인들이 일제히 촛불을 드는 것을 바라보면, 마지막 순간 박무영(송중기)이 뒤를 돌아본다는 설정이었는데, 정말 기막힌 아이디어였다."

화재 장면 - 이것은 CG가 아니다


이모개 촬영감독 "화면으로 봤을 때는 그 열기가 제대로 안 느껴지는데, 정말 뜨겁고 위험했다. 폭격으로 화재 장면을 찍을 때는, 열기에 자칫 카메라를 놓칠까 싶어 소방 장비를 착용하고 촬영에 임했다. 그 안에서 연기한 배우 입장에선 더 어려움이 컸을 거다."

백종현·이지영 기자 jam1979@joongang.co.kr 사진=CJ 엔터테인먼트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