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정유라 지원, 내 책임…이재용에 얘기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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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오른쪽)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17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오른쪽)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17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이 “정유라씨 승마 지원을 결정하면서 나중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재용 부회장을 보호하기 위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일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을 비롯한 삼성 전직 임원들의 속행 공판을 열고 최 전 실장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최 전 실장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관계, 대통령이 (이 부회장과의 단독 면담에서) 승마계를 지원하라고 언급한 것이 정유라 때문이라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검이 공개한 2015년 8월 삼성그룹 내부 회의 자료에 따르면 최 전 실장은 “정유라를 포함한 6명의 선수를 지원해달라”는 최순실씨 요구를 들어주라고 승인했다. 최 전 실장은 자신이 최씨 요구를 수용하도록 승인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 전 실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평소 체육 진흥 등에 관심이 많고 이와 관련된 공약도 있었다”며 “삼성이 능력이 있기에 맡아서 제대로 해보란 의미로 가볍게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승마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유라 지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며 “최씨가 뒤에서 장난을 친 것 같은데, 확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유언비어 같기도 한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옮기는 게 적절한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부회장에게 보고해 봐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유라 지원이) 문제가 되면 ‘나는 벌써 40년 근무했으니까 책임지고 물러나면 되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최 전 실장은 정씨 지원을 결정할 당시 문제가 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은 인식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투명하게 (선발)했으면 문제가 없었겠지만, 정씨를 꼭 끼워서 지원해달라는 요구를 들어주는 입장이라 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전 실장은 또 “경영권 승계 문제가 왜 대통령과 관계되는지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 부회장은 이미 안팎에서 후계자로 인정받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절차나 조건을 잘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는 동안 그룹 차원의 최종 의사결정은 내 책임 하에 내렸다. 이 부회장이 의전 차원에서 회사를 대표해 나가다 보니 총수라고 오해한 것 같다. 삼성의 풍토나 관행을 모르고 한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회장이 ‘(합병의) 플랜 B는 없다’고 말했다는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진술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크고, 면담에 배석했던 자신이 비슷한 취지로 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보하려 하자 이 부회장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며 부정적 의견을 내서 임원진이 설득해 마음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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