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도 양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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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뮤지컬계에도 '빈익빈 부익부'이 확고해지려는가. 작지만 탄탄한 창작 뮤지컬들이 힘겨워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최근 잇따라 막이 오른 대형 수입 뮤지컬 때문에 관객이 줄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막심 고리키의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창작 뮤지컬 '밑바닥에서<사진>'. 지난해 상반기 처음 무대에 오른 이후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힘입어 올해는 오픈 런(Open Run.기한을 정하기 않고 공연하는 것)을 결정했지만 막상 객석은 썰렁하다. 200석 규모의 좌석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줄었다. 극단 대표 박용전씨는 "뮤지컬 동호회의 단체 관람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수입 뮤지컬로 모두 몰려가는 통에 우리는 그야말로 찬 밥 신세"라고 한숨을 지었다. 이 작품은 지난해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넘기고, 한국 뮤지컬 대상 음악상을 받는 등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우리 작품으로 평가된다. 박씨는 "우리가 이 정도면 다른 소극장 뮤지컬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연 이후 벌써 11년째로 접어든 장기 레퍼토리 '사랑은 비를 타고'. 홍지현 프로듀서는 "관객이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배우들이 대형 뮤지컬로 몰려가 캐스팅이 어려운 게 더 골치"라고 토로했다. 괜찮은 배우를 쓰려면 출연료를 올려줄 수밖에 없다. 제작비 부담이 문제다. 홍 프로듀서는 "소형 뮤지컬은 티켓 값을 5000원이라도 올려도 관객이 확 줄어든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란다.

'슬픔 혹은'이란 뮤지컬을 무대에 올린 극단 두레의 손남목 대표는 "나름대로 괜찮은 연극을 하다 뮤지컬로 방향을 틀었는데 이렇게 어려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뮤지컬에 손 댄 게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더 뮤지컬 박병성 편집장은 "뮤지컬의 기초를 다지는 소형 창작 뮤지컬이 흔들리면 결국 대형 뮤지컬로 부메랑이 돼 돌아간다. 큰 뮤지컬이 한꺼번에 올라가지 않도록 공연 기획사 간의 현명한 안배가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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