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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장애인학교, ‘님비’로 반대할 일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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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서울 일원동의 밀알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올해 개교 20돌을 맞았는데 학교 건물이 대한민국 건축상을 받을 정도로 아름답다. 카페·음악당·미술관 등을 갖춘 이 학교의 밀알아트센터는 동네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이다. 주민들은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이들을 돌보기도 한다. 학교 측이 특수학교 건립을 결사반대한 주민과 소통하고 이 시설을 지어 개방하자 마음을 서서히 연 것이다. 밀알학교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님비(NIMBY) 현상’의 극복 모델이 된 스토리다.

제2의 밀알학교를 만들기 위한 또 하나의 실험이 주목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주민 반발에 부닥쳐 건립이 헛돌고 있는 강서장애인학교(서진학교)의 설계공모에 나선 것이다. 서울 강서구 옛 공진초교 터에 들어설 특수학교에 처음부터 주민 문화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전체 1만1000㎡ 중 절반은 운동장과 특수학교로, 나머지는 도서관·북카페를 갖춘 주민 편의시설로 조성하는 게 공모 조건이다. 15년째 서울에 특수학교를 짓지 못하자 서울시교육청이 주민 참여형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문제는 양보의 마음이다. 주민 여론은 특수학교 대신 국립 한방병원이 들어서길 바란다. 특수학교를 설립하면 집값이 떨어지고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그런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 교육부가 전국 특수학교 160여 곳 주변 집값을 조사해 보니 설립 전후로 의미 있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전국 8만8000명의 특수교육 대상자 중 168개 특수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5000명에 불과하다. 서울 8개 구에는 아예 학교가 없다. 최소한의 교육기회마저 박탈당한 상황이다. 이제는 주민들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내 자식’ ‘내 손주’ 문제라고 생각하면 님비를 쫓아낼 수 있다. 밀알학교가 많아져야 어려운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