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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정권 실감나게 다각 조치” … 미국과 군사 옵션도 논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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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호 면

[북, ICBM 도발] 대응 수위 높인 청와대·정부

29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함께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29일 오전 1시 청와대에서 긴급 소집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외교안보 당국자들과 함께 북한 미사일 발사 후 대응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북한이 지난 28일 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기습 발사하자 청와대와 정부도 긴박하게 대응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오전 1시 곧바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한 데 이어 새벽엔 북한 미사일 발사 6시간 만에 한·미 양국이 탄도미사일 연합 사격훈련을 실시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긴급 입장 발표를 통해 한·미 양국이 전략폭격기와 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밤 사이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치를 내놓으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자 한 것”이라고 밝혔다.

6시간 만에 한·미 미사일 사격 등 #강력 대응 통해 전방위 압박 나서 #‘8월 한반도 위기설’ 차단에 고심

이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미국과 사거리 800㎞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늘리는 협상에 착수하기로 했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잔여 발사대 4기의 추가 임시 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맞춰 군은 북한 핵·미사일 기지를 겨냥한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전방위적인 대북 압박에 나선 모양새다.

“선택의 옵션이 줄어들고 있다”

청와대와 군·정부의 이 같은 강경 대응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 임계치에 접근했다는 엄중한 상황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도 ICBM이 날아온다고 하면 그대로 두고 보긴 힘든 상황”이라며 “서로 선택의 옵션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ICBM 시험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판명 날 경우 지금까지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실험 때와는 차원이 다른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이 한밤중에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북한 정권도 단호한 대응을 실감할 수 있도록 우리의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 등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우리 군의 독자적 전력을 조기에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지시했다. 이에 정 실장은 29일 오전 3시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해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협상 개시를 공식 제의했고 미국도 오전 10시30분 동의 입장을 전해오는 등 양국 모두 속전속결로 대응에 나섰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브리핑에서 “사거리 800㎞ 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현재 500㎏에서 더 늘리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지난번 한·미 정상회담 때도 이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탄두 중량을 1t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가 29일 공개한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자 벙커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위로부터). [연합뉴스]

국방부가 29일 공개한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된 미사일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자 벙커 전체가 화염에 휩싸여 있다(위로부터). [연합뉴스]

한·미 양국은 이어 이날 오전 5시45분 동해안에서 두 번째 연합 미사일 사격훈련을 실시하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합동참모본부는 “한국군의 현무-2와 미 8군의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표적을 정확히 명중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금 뒤엔 송 장관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전략자산 전개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항공모함과 핵 추진 잠수함, B-1B와 B-52 폭격기 등을 한반도에 출동시킬 것으로 전해졌다. 전개 시기도 다음달 21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이전으로 앞당겨질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국방부는 이날 “지금까지 공개된 탄도미사일보다 정확도와 위력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신형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며 목표물 타격 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국방부는 “신형 미사일은 같은 발사대에서 수초 이내에 4발을 발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며 “이는 단기간에 대량으로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명 ‘한국형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이 미사일은 북한 핵·미사일 기지뿐 아니라 장사정포 갱도 진지도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송 국방 “미 전략자산도 조기 전개”

외교부와 국방부 등 외교안보 부처도 미국·일본 등과의 공조 태세 강화에 급히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잇따라 전화통화를 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조치를 포함해 보다 강력한 대응 조치를 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강 장관은 “다음주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도 이르면 다음주 초에 조기 소집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순진 합참의장도 이날 조 던퍼드 미 합참의장, 해리 해리스 미 태평양사령관 등과 통화하며 대북 대응 방안을 협의했다. 이와 관련, 미 합참은 성명에서 “북한에 군사행동을 취하는 문제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한·미 양국이 지금까지의 대응 기조를 한 단계 뛰어넘어 대북 군사 옵션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모았다. 군 당국자는 “그만큼 한·미 양국 모두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긴밀한 공조를 통해 한층 가시적인 압박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와대와 군의 이 같은 강경 대응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청와대 내에서는 북한의 도발이 레드라인 임계치에 다다르면서 신베를린 구상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이 난항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일각에서 “8월 한반도 위기설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부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제재와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런 가운데서도 북핵 문제의 완전한 해결이란 궁극적 목표 달성을 위한 묘안을 찾으려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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