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76) 부영그룹 회장이 28일 국내 최대 노인단체인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의 17대 회장에 선출됐다. 이날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이 회장은 대의원(284명·12명 기권)의 114표를 얻어 각각 93표와 65표를 얻은 김호일(75·3선) 전 국회의원과 남상해(79) 하림각 회장을 이겼다.
이 회장 “노인복지부 신설 노력할것” #부영, 새 정부 공정위 제재대상 1호 #15대 기업인데 청와대 초청도 빠져
이 회장은 “현재 65세 이상 노인 700만 가운데 노인회 회원이 절반에 못 미치는 300만 명인 건 회비 일부를 중앙회로 보내는 ‘상납제도’ 때문”이라며 “‘지원제도’로 운영을 바꾸고 각 지회장의 활동비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협의하겠지만 일단은 내 사비를 털어서라도 기본적 활동비를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노인 수는 2025년 1000만 명(전체 인구의 2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남 순천 출생인 이 회장은 1983년 부영주택흥산을 설립하며 건설·부동산업을 시작했다. 94년 부영그룹으로 확장한 뒤 임대주택 붐 속에 회사를 키웠다. 이 회장은 2013년 출판사 ‘우정문고’를 설립, 역사서 등도 저술·출간하고 있다.
최근 이 회장과 부영그룹 상황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우선 이번 정부 들어 대기업 가운데는 처음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대상이 됐다. 공정위는 친족이 경영하는 7개 사를 소속 회사 현황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6월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27~28일 열린 대통령과 기업총수 간담회를 두고도 말이 많다. 15대 민간 기업집단 중 부영이 유일하게 빠지고 중견기업인 오뚜기가 대신 참석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이날 대한노인회 산하 전국 6만4460만 개 경로당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대한 노인회의 조직 운영 체계 혁신을 강조했다.
- 기업을 경영한 경험이 노인회에 어떤 도움이 될까.
- “기업은 10원이라도 돈을 버는 조직이다. 반면 노인회는 대부분 쓰는 일을 한다. 조직이 좀 허술하다. 조직다운 조직으로 만들고 , 노인들의 위상을 정립하는 일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 변화의 방향은.
- “존경받는 노인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하고, 조직도 건전한 방식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다.”
이번 회장 선거는 대기업 회장과 전직 국회의원 등 쟁쟁한 인사들이 3파전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후보들의 공약도 노인복지부 신설과 노인회관 신축(이 후보), 노인종합복지타운 신축(남 후보), 국회·지방의회에 노인비례대표 확보(김 후보) 등 굵직굵직했다. 임시총회장 주변은 치열한 경쟁 구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비공개 총회가 열리는 중간에 후보들이 바깥으로 나오면 지지자들이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 노인복지부 신설을 약속했는데.
- “노인 인구가 매년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는 노인을 위한 복지사업을 총괄하는 부처가 필요하다. 당장 미국·유럽 수준으로는 힘들지만, 그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제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부딪히고 부딪혀서 해보겠다고 (대의원들에게) 얘기했다.”
- 향후 대한노인회 운영 계획은.
- “기업 경영과는 같지 않겠지만 노인회다운 노인회를 만들기 위해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다. 700만 노인의 권익을 대변하겠다. 가장 존경받아야 할 어르신들의 단체인 대한노인회에 봉사하는 회장이 되겠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