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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생태계' 회의 때 수석님 없었다"…조윤선 무죄의 '결정적 증언'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조윤선 전 정무수석(51)이 피고인 7명 중 유일하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부하 직원 등의 증언 때문이었다.

신동철·정관주, "보고한 적 없다" 증언 #'청와대 캐비닛 문건' 항소심 변수 #재판부 폄하하는 페이크 뉴스도 돌아 #법원, "황 부장과 '라면 절도 판결' 무관"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27일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은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27일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도 “법정 증언 등을 종합할 때 (지원 배제 관련) 보고를 받거나 승인·지시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무죄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 2월 구속된 이후 36회에 걸쳐 진행된 재판에서 조 전 수석과 관련된 증언들은 뒤집어지거나 엇갈렸다.


#재판에서 뒤집어진 증언들

조 전 수석의 혐의는 2014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에 재임할 당시 벌어진 내용이었다. 부임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의 토대가 된 ‘민간단체 보조금 TF’ 관련 내용을 인수인계 또는 보고 받았다는 것과 이후에 이와 관련된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조 전 수석의 전임자였던 박준우 전 수석이 조사 당시 “조 전 수석이 ‘민간단체 보조금 TF’를 인수인계 받고 표정이 어두워졌다”고 진술한 점을 들어 인수인계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수석은 지난 5월 법정에서 “특검팀이 보조금 TF 얘기도 했냐고 물어서 ‘했다면 개략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답한 것”이라며 “중요한 업무가 아니어서 설명 안 했을 수도 있다”고 증언했다.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임자였던 박준우(가운데) 전 수석. [중앙포토]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전임자였던 박준우(가운데) 전 수석. [중앙포토]

조 전 수석의 부하직원인 신동철 전 국민소통비서관(징역 1년6월 선고)도 법정에서 “조 전 수석이 왔을 때 보조금 TF에 대해서는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정도로 말했고, 이후 보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신 전 비서관의 후임인 정관주 전 비서관(징역 1년6월 선고)의 증언도 재판부의 무죄 판단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그는 “당시 (지원 배제) 명단 검토 업무를 한 번이라도 조 수석과 상의했다면 이런 일을 계속 하지 않았을 텐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의 근거로 내세운 강일원 전 국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의 업무 수첩도 판결의 향방을 갈랐다. 2014년 11월17일 수첩에는 ‘좌파 생태계 대응 방안 TF 정무비서관실과 협업’이라고 적혀 있었다.

특검팀은 정 전 비서관이 “조 전 수석이 자신이 주재한 회의에서 ‘좌파 생태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TF는 보조금 TF를 의미한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첩의 주인인 강 전 행정관은 5월 26일 재판에서 “당시 정 전 비서관이 회의를 주재했고, 조 전 수석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TF도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었고 보조금 TF와는 관련 없다”고 증언했다. 이후 정 전 비서관도 “특검에서 잘못 진술했다. 소통비서관들 회의에서 나온 얘기였고 아는 TF가 보조금 TF밖에 없어서 그렇게 진술했다”고 진술을 바꿨다.


#항소심에서도 공방 이어질 듯

조 전 수석의 남편인 박성엽 변호사는 “위증죄 부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판결 내용을 분석 중인 특검팀도 항소할 방침이다.

양측의 항소심 공방은 1심 판결 전반에 걸쳐 이뤄질 전망이다. 특검팀은 1심 재판부가 인정한 사실을 바탕으로 대응 논리를 마련 중이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의 지시로 정무수석실에서 영화 다이빙벨 상영을 저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독립영화전용관 등에 대한 조치는 지원 배제로 보긴 어렵다고 봤다.

이와 함께 최근 검찰과 특검팀에 제출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 17일 “정무기획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 포함 1361건의 문서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발견된 과거 정부 문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28일 청와대에서 발견된 과거 정부 문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등법원은 조만간 넘어올 블랙리스트 사건에 대비해 현재 형사부 12개를 8월 중순부터 13개로 늘리기로 했다.


#법원 비판 ‘페이크 뉴스’도 등장

블랙리스트 선고 이후 인터넷에선 황병헌 부장판사가 2015년에 동전 2만원과 라면 10개를 훔친 A씨에게 징역 3년 6월형을 선고했다는 글이 급속히 퍼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황 부장판사가 2015년에 형사재판을 담당한 적도,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해 판결한 바도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최순실 사건 초기에 검찰청사에 포크레인을 몰고 돌진한 40대 남성에게 황 부장판사가 징역 2년형을 선고한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원 측은 “해당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배심원단 다수가 징역 2년 이상의 징역형을 권고해 이를 존중해 선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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