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시원한 물회, 고소한 닭강정 … 맛캉스의 성지 속초

중앙일보

입력 2017.07.2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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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일일오끼 ① 강원도 속초

여행을 준비한다. 관광명소가 아니라 맛집 목록만 빼곡하다. 세끼뿐 아니라 주전부리, 디저트 카페, 야식까지 하루에 먹는 일정만 다섯 개가 넘는다. 요즘 한국인이 여행하는 방식이다. 새 연재 ‘일일오끼’를 준비한 이유다. 1박2일을 기준으로 간식을 포함해 다섯 끼 혹은 그 이상 먹는 코스를 소개한다. 처음 찾은 미식도시는 강원도 속초다. 7월 13~14일, 속초 현지인들이 찾는 비밀스러운 맛집부터 요즘 SNS에서 뜨는 전망 좋은 카페까지 헤집고 다녔다.

장사항서 푸짐한 물회 후루룩
‘오징어 난전’에선 찜 먹고 회 먹고
순댓국·가리국밥 빼먹으면 섭섭

12:00 무더위 날려 주는 물회

한천·지누아리 등의 해초를 넣어 만든 이모회집의 한천물회.

한천·지누아리 등의 해초를 넣어 만든 이모회집의 한천물회.

7월 3일 한국관광공사와 SKT가 티맵 빅데이터를 기준으로 여름철(2014~2016년 7·8월) 인기 관광지 순위를 발표했다. 강원도 상위 20위에 속초 식당이 세 곳이나 포함됐다. 모두 물회 전문식당인데 정작 속초 사람들은 잘 찾지 않는 곳이다.

속초 사람들은 번호표 뽑고 기다리는 대형 식당보다 장사항이나 동명항 주변 허름한 횟집에서 물회를 먹는다. 장사항 해안길에 있는 이모회집(033-635-4255)이 대표적이다. 이 식당의 대표 메뉴는 한천물회(1인분 1만5000원). 한천(우뭇가사리)으로 묵을 만들어 물회 위에 얹어 주는데 묵 안에 또 다른 해초 ‘지누아리’가 들어 있다. 계절에 따라 성게알도 넣어 준다. 13일 점심에 맛본 한천물회에는 숭어·광어·가자미와 해삼·성게알 등이 수북했다. 블로그에 도배된 물횟집보다 화려하진 않아도 맛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선 맛보기 힘든 해초가 어우러진 맛이 독특했다. 황영철 강원도외식저널 대표는 “뱃사람들의 여름 별미였던 물회는 지금처럼 화려하지 않았다”며 “미역·지누아리 등 해초와 오징어나 다른 한 가지 생선을 넣어 먹는 게 예로부터 속초 사람들이 먹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14:00 제철 오징어 쪄 먹고 회로 먹고

속초항 난전 11호집에서 먹은 오징어찜과 회.

속초항 난전 11호집에서 먹은 오징어찜과 회.

점심을 가볍게 먹고 오징어 ‘난전’이 열리는 속초항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난전(亂廛)은 무등록 점포를 뜻하는데 속초항에 수협 허락을 받은 11개 포장마차가 영업을 하고 있다. 모두 선주들이 운영하는 곳으로 그날그날 잡아 온 것들만 판다. 보통 5~9월은 오징어, 10~12월은 양미리·도루묵을 판다. 이날 오후에는 11개 난전 중 두 집만 문을 열었다. 어민들은 “어획량 자체가 예전만 못하고 오징어가 먼 바다에 있어 배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7월 17일까지 속초의 오징어 어획량은 125t으로, 2016년 같은 기간(371t)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11호집에 자리를 잡았다. 커다란 수조에 새까만 오징어가 가득했다. 난전에서 오징어를 주문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시세를 확인한 뒤 회·찜·물회 등으로 주문하면 된다. 이날 오징어 시세는 2만원에 다섯마리. 두 마리는 찌고, 세 마리는 회로 쳐 달랬다. 생오징어를 넣고 끓인 라면도 맛보고 싶었지만 오징어 썰던 아낙이 “날이 이래 더운데 어찌 라면을 끓이노”라며 툭 쏘는 통에 마음을 접었다. 보통 난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여는데 어획량에 따라 영업시간도 달라진다.

15:30 맛보다 경치 좋은 장사항 카페

전망이 빼어난 바다정원 카페. 속초 바로 위 고성군 토성면에 있다.

전망이 빼어난 바다정원 카페. 속초 바로 위 고성군 토성면에 있다.

속초에는 근사한 카페도 많다. 커피 성지로 떠오른 강릉 안목해변처럼 카페가 줄지어 있진 않아도 도시 곳곳에 매력적인 카페가 숨어 있다. 커피 맛보다 경치를 중시한다면 장사항으로 향해야 한다. 항구 북쪽 해송 우거진 바닷가에 최근 인스타그램을 도배한 베이커리 카페 바다정원(033-636-1096)이 있다. 이날도 야외 테이블이 인증샷 찍는 청춘들로 북적였다. 2·3층에 자리를 잡으면 솔숲과 쪽빛 바다, 빨간 파라솔이 어우러진 절경을 볼 수 있다.

사실 바다정원은 속초 경계 바로 너머 고성군 토성면에 속해 있다. 바다정원과 이웃한 카페 나폴리아(033-638-7007)는 주소지가 속초(장사동 477번지)다. 커피 맛에 깐깐한 여행자라면 속초 시내 교동에 자리한 핸드드립 커피 전문점 커피벨트(033-637-1243)를 추천한다. 2008년 문을 연 속초 최초의 핸드드립 전문 카페다.

18:00 북녘의 맛 순댓국과 가리국밥

함경도에서 잔칫날에만 먹는다는 가리국밥.

함경도에서 잔칫날에만 먹는다는 가리국밥.

저녁은 뜨끈한 순댓국이 어울린다.

속초관광수산시장 옆골목과 아바이마을에 순댓집이 몰려 있는데 먼저 시장으로 향했다. 1·4 후퇴 때 부모님과 피란 온 김연환(74)씨가 운영하는 평양순대국(033-636-0907)으로 들어갔다. 아바이순대(1만원)와 오징어순대(1만원), 순댓국밥(7000원)을 주문했다. 선지를 넣지 않은 아바이순대는 깔끔했고, 오징어 몸통에 두부와 밥, 각종 채소를 두툼히 넣은 오징어순대는 고소했다. 국밥은 펄펄 끓는 뚝배기에 간 마늘이 두툼히 얹어져 있었다. 그래서인지 국물에서 돼지 잡내가 전혀 안 났다. 비결은 또 있었다. 김씨는 “국물은 돼지가 아닌 소 사골로 30시간 끓인다”고 말했다.

피란민 정착촌인 청호동 아바이마을에도 순댓집이 많은데 맛은 대동소이하다. 황영철 대표는 순댓국보다 가리국밥을 먹어 보길 권했다. 함경도 음식 전문점 신다신(033-633-3871)에서만 가리국밥(8000원)을 판다. 소 사골 우린 국물에 쇠고기·콩나물·토란대·계란 지단을 듬뿍 넣은 국밥이다. 박경숙(70)씨가 함경남도 통천 출신인 시어머니에게서 전수받은 맛을 재현하고 있다.

20:00 시장서 닭강정, 영랑호 포차서 한잔

여행객이 속초에 가면 꼭 먹는 닭강정. 속초관광수산시장에 전문점이 열 곳 이상있다.

여행객이 속초에 가면 꼭 먹는 닭강정. 속초관광수산시장에 전문점이 열 곳 이상있다.

속초관광수산시장(033-633-3501)은 2014~2016년 7·8월, 강원도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여행지(티맵 기준)다. 속초 여행의 필수 코스일 뿐만 아니라 강원도를 대표하는 시장이란 뜻이다. 순댓국집도 있고 지하에 대포항보다 저렴한 생선회를 파는 횟집도 있지만 관광객 십중팔구는 주전부리를 찾는다. 대표 먹거리는 닭강정. ‘만석닭강정’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곳 말고도 닭강정집만 열 곳이 넘는다. 관광객 사이에서는 만석이 유명하지만 속초 사람들은 닭강정의 원조 격인 ‘시장닭집’이나 ‘중앙닭강정’을 많이 찾는다. 사실 맵기와 달기, 토핑이 조금씩 다를 뿐 맛 차이는 크지 않다. 새우튀김, 오징어순대와 강원도 전통 간식인 메밀전병, 수수부꾸미도 인기다.

영랑해안길에 줄지어 있는 실내 포장마차. 속초 현지인이 많이 찾는다.

영랑해안길에 줄지어 있는 실내 포장마차. 속초 현지인이 많이 찾는다.

늦은 밤, 관광객을 상대하는 값비싼 횟집이 아니라 부담없는 선술집을 찾는다면 영랑해안길로 가면 된다. 등대전망대 바로 위쪽, 장사항 가는 해변도로에 100m 이상 실내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다. 손님이 가장 많은 말자네(033-633-7030)는 생선구이가 1만~2만원, 생선찌개와 조림은 3만원 선이다.

8:00 외옹치항 전망 감상하며 조식 뷔페

롯데리조트 속초의 조식 뷔페 레스토랑 카페 플레이트.

롯데리조트 속초의 조식 뷔페 레스토랑 카페 플레이트.

전망 좋은 호텔·리조트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 건 여행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낭만이다. ‘조식’을 숙소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여행자도 많다. 속초에는 콘도형 리조트는 많지만 근사한 레스토랑을 갖춘 호텔이나 리조트는 의외로 드물다. 7월 20일 정식 개장한 롯데리조트속초(lotteresortsokcho.com)가 주목받는 이유다. 조식 뷔페(1인 2만8000원)는

1층 ‘카페 플레이트’에서 맛볼 수 있다. 주방이 개방된 오픈 키친 콘셉트로, 아메리칸 스타일을 표방하지만 메뉴가 제법 많다. 서울·제주 등지에 있는 롯데시티호텔 조식과 비슷한 수준이다. 창가에 앉으면 우거진 해송과 그 너머의 푸른 바다가 아련히 보인다. 요즘 ‘힙한’ 호텔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루프톱 바도 있다. 어스름한 밤바다를 보며 시그니처 칵테일과 이름난 와인을 즐길 수 있다.

글=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kim.choonsik@joongang.co.kr
취재 협조=황영철 강원도외식저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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