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에 ‘발열 필름’ 적용 기술 첫 상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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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루 광양 제2공장의 직원들이 냉장고 문에 장착할 필름히터를 살펴보고 있다. 0.2㎜ 두께의 PET 필름에 전도성 은나노잉크를 인쇄해 생산한다. 기존 열선 히터보다 10% 이상 전력 을 줄일 수 있다. [사진 파루]

국내 중소기업이 냉장고 문의 전기선을 필름히터로 대체하는 신기술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지방 중기 파루, 삼성전자에 납품 #가정용 냉장고 시장만 6조원 추산 #전기차·선박·의료 등 활용 폭 넓어

전남 순천에 위치한 중소기업 ‘파루’는 은나노 필름히터를 냉장고 문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냉장고 문 히터는 두께 5㎜의 전기 열선에서 두께 0.2~0.3㎜의 발열 필름으로 바뀌게 된다.

파루에 따르면 냉장고 문 안쪽은 내·외부 온도 차로 성에나 이슬 맺힘(결로) 등이 생긴다. 지금까지 제조사들은 문 안쪽에 열선 히터를 설치하는 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열선히터는 선(線) 형태이다 보니 선 사이로 열이 빠져나간다. 파루가 개발한 필름히터는 면(面) 형태로, 열 유출을 막아 10% 이상의 전력 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히터 전반에 열을 고르게 발생시키고 전자파가 생기지 않는 장점도 있다. 과열될 경우 필름에 인쇄한 미세한 은나노잉크 선이 손상되면서 전기가 자동 차단돼 안전성도 확보했다.

파루는 은을 포함한 전도성 물질을 잉크로 제조한 후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합성수지에 인쇄해 필름히터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전압이 공급되면, 필름에 인쇄된 은나노 잉크 패턴을 타고 흐르는 전류가 열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열이 발생한다.

필름히터는 앞으로 열선을 대체하면서 다양한 산업으로 쓰임새가 넓어질 전망이다. 가정용 냉장고에 사용되는 히터의 세계 시장 규모는 5조~6조원으로 추산된다. 전체 가전의 히터 부품을 합치면 시장 규모는 수 십조원에 달한다.

전기차·선박·공기청정기·의료 분야 등에도 쓰인다. 예컨대 대형 선박은 통행로·계단 등에 얼음이 어는 것을 막기 위해 바닥에 열선히터를 깐다. 대형 선박 한 척에 약 25억 원어치의 열선히터가 사용될 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 전기차는 겨울에 발열하는 데 쓰는 에너지 소모가 커서 주행거리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효율 좋은 필름히터를 사용하면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파루 강문식 대표. [사진 파루]

파루 강문식(사진) 대표는 “냉장고 필름히터의 세계 최초 상용화는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가전기업과 기술기반 중소기업이 1년여 넘게 상생 협력한 결과”라며 “하반기엔 냉장고의 급수관·제빙기 등으로 필름히터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파루는 전남 지역 1호 상장기업으로, 2015년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이 선정하는 ‘월드클래스 300’에 뽑힌 국내 대표적인 지방 강소기업 중 하나다. 태양광·나노·인쇄전자·생물환경 등이 주력 사업이다. 파루의 태양광 추적장치는 축구장 1600개 면적의 미국 텍사스주 태양광 발전소에 공급되기도 했다. 지난해 ‘1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으며 전 세계 30여개 국으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파루는 필름히터 기술 상용화 소식이 전해지며 전날보다 1030원(29.99%) 오른 4465원에 장을 마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