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발사 움직임 속 러시아 6자회담 차석 대표 방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러시아측 차석대표가 최근 북한을 방문해 북한 외무성 당국자들과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밝혔다.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성 순회대사가 방북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밝혔다.[사진=조선중앙통신]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성 순회대사가 방북해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5일 밝혔다.[사진=조선중앙통신]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올레그 부르미스트로프 러시아 외무성 순회대사가 22일부터 25일까지 조선(북한)을 방문했다"며 "우리(북한) 측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격화의 장본인인 미국의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근원적으로 청산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로켓을 협상탁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선택한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부르미스트로프 대사는 러시아의 6자회담 차석대표에 해당하는 북핵 담당 특임대사를 맡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 "22~25일 러시아 순회대사 방북" #"어떤 경우에도 핵과 미사일 회담테이블에 못 올려"

핵과 미사일과 관련한 협상은 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은 지난 4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미국과의 1.5트랙(반관반민) 접촉 등에서 북한이 반복하고 있는 주장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도 지난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인 '화성-14형' 발사 직후 같은 언급을 했다.

중앙통신은 "러시아 측은 이러한 입장에 유의하면서 조선반도 정세 안정을 위하여 우리측과 긴밀히 연계하고 적극 노력할 입장을 표명하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러시아 고위 관리의 방북 직후 이런 내용을 공개한 건 '화성-14형' 미사일 발사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논의가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공조·협력 관계를 부각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있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의 '화성-14' 발사에 대응해 미국이 마련한 안보리 대북 결의안 초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등 북한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부르미스트로프 대사의 방북은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주목된다.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에 병력을 투입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4일 정상회담에서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비핵화 프로세스와 북한과의 평화협정 협상)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최근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추가 도발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가 한반도 위기 상황 타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북미 간 중재 역할을 시도하려 했던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