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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 논의 키맨은 ‘청와대 만담가’ 장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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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발 증세 논의 과정에서 장 실장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회의록에 한마디의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조문규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여당발 증세 논의 과정에서 장 실장은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김 부총리는 회의록에 한마디의 말을 남기지 않았다고 청와대 관계자가 전했다. [조문규 기자]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에게 물으면 대부분 “분위기 메이커”라는 답이 돌아온다. 청와대의 한 비서관은 “장 실장은 만담가를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입담 좋아 회의마다 윤활유 역할 #문 대통령, 최종구 임명장 주며 #“장 실장님과 콤비 잘 이뤄달라”

장 실장의 그런 입담은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4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했을 때도 발휘됐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 실장과 팔짱을 끼고 걸어서 상춘재 앞마당에 도착하자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달 5일 고위 당·정·청 회동 때를 거론했다. 추 대표가 팔짱을 끼려 하자 장 실장이 거부해 화제가 된 모습이었다. 곁에 있던 문 대통령은 “그냥 빼는 게 아니라 한사코 빼는 모습이 (잡혔다)”라고 거들었다. 추 대표 역시 “(장 실장이) 실제 저를 거부했다”고 했다. 그러자 장 실장은 “아니, 그거는 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받아치면서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그렇다고 장 실장이 입담만 좋은 게 아니다. 청와대의 정책 컨트롤타워답게 정책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문재인 정부가 ‘부자 증세’ 논의를 시작한 건 민주당과 청와대의 교감 속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그런 논의를 이끄는 사람은 당연히 장 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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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실장은 고려대 경영대학원 교수로서 2014년 9월 펴낸 책 『한국 자본주의』에서 소득세에 관해 “상위 1% 소득 계층에 대해서는 누진세율을 더 높여야 한다”고 했고, 법인세에 대해선 “초대기업에 현재의 22%보다 훨씬 더 높은 누진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가 지난 20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구간을 신설해 증세를 하자고 제안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장 실장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만든 국정기획자문위에서 부위원장으로도 참여했다. 밑그림을 직접 그렸으니 실행할 때 목소리를 내기도 쉽다. 게다가 재벌개혁운동을 함께해 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고려대 후배인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친분이 있다.

문 대통령은 21일 최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주며 “우리 정책실장님이 아주 강력하게 추천을 했는데, 함께 잘 콤비를 이뤄서 잘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격려하기도 했다. 내각의 경제사령탑인 김동연 경제부총리를 통하지 않고서도 장 실장이 김·최 위원장과 호흡을 맞추기 쉬운 여건인 셈이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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