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자들 향응·촌지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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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리들은 영향력이 있는 일부 언론사 기자들에게 술과 식사를 대접하고 정기적으로 돈봉투를 건넸다.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 정부와 언론 간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기 위해 노무현 정부는 일련의 과감한 개혁 작업에 나섰다."

정순균 국정홍보처 차장이 22일자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에 이 같은 내용의 기고를 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한국 언론에 맞서기(Standing up to the Press in Korea)'란 기고문은 AWSJ가 지난 18일자 사설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일부 언론에 대한 소송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존중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 데 대한 반론문 성격이다.

鄭차장은 정부의 언론정책을 설명하며 "많은 한국 기자가 먼저 기본적인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경향이 있어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기업에 손실을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많은 관리가 긍정적인 기사를 기대하며 기자들에게 향응.촌지를 제공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출입기자들은 "한국 기자들을 향응과 촌지나 받으며 상습적으로 왜곡.허위 기사를 쓰는 파렴치 집단으로 매도했다"며 해명과 사과를 요구했다.

鄭차장은 "국문으로 작성한 기고문에는 '과거 정권에서 잘못된 관행이 있었다'는 표현을 했는데 영문에는 '과거'라는 말이 빠지고 정기적으로 금품을 제공받는 것처럼 잘못 번역됐다"고 해명했다. 기자 출신인 鄭차장은 "당신의 경험이 포함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질문엔 답변하지 않겠다"고 넘겼다.

한편 한나라당 배용수(裵庸壽)부대변인은 22일 鄭차장에 대한 엄중 문책을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이상기)도 이날 논평을 발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떨치기 위해 애쓰는 대다수 기자들의 인격을 심히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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