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부산AG 이어 대구U대회 슬로건 지은 민명기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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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벽을 넘어 하나로, 꿈을 펼쳐 미래로.'

오는 31일까지 열리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의 공식 슬로건이다. 인류평화를 지향하는 U대회의 이상과 대구 대회의 주제인 '하나되는 꿈(Dream for Unity)'과 딱 맞아 떨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슬로건은 표어.슬로건.노래가사 공모에 단골로 응해 온 민명기(閔明基.51.무직.대구시 북구 구암동)씨의 작품.

그는 2001년 9월 대구시의 슬로건 공모 때 이 작품으로 최우수작에 당선돼 U대회 상장 1호와 함께 상금 70만원을 받았고 명예 홍보위원에 위촉됐다.

"응모를 위해 U대회의 성격과 이상 등에 대해 공부했습니다. 대회성격을 이해하고 나니 머릿속에서 '번쩍'하고 글귀가 떠올라 엽서로 응모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열린 부산 아시안게임의 '아시아를 하나로, 부산을 세계로'라는 표어(최우수작)도 지었다. 이밖에도 대구사랑 노래 '대구의 찬가'가사, 국방부의 군가, 내무부의 민방위 표어 등 전국 규모의 응모전에서만 지금까지 10여차례 당선됐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이고 글짓기 교육도 따로 받은 적이 없지만 그는 1992년 문학지 '문학공간'에 '지게'라는 시로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시인이 되고 싶은 마음에 틈나는 대로 시를 즐겨 읽고 명언.시구 등을 늘 메모하고 정리해온 습관이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아요."

홍보위원으로 위촉된 그는 지난 2년간 막노동 등을 하면서도 거의 매일 조직위에서 홍보물을 받아 대구백화점.대구역 등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아무런 보상도 없는 일이었기에 주변에서 "뭐 때문에 그런 일을 하느냐"는 핀잔도 많이 들었다.

결혼도 하지 않은 채 거동이 불편한 노모(84)와 형(54)을 모시고 어렵게 사는 그의 형편을 딱하게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일축해 왔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21일에도 홍보물을 나눠주며 비지땀을 흘렸다는 그는 "대회 개막식에서 거대한 현수막에 적힌 슬로건을 봤을 때 정말 뿌듯했다"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 대구가 세계적 도시로 도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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