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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에 빠진 치킨'의 비명 "꼬끼오~" ...대구 치맥페스티벌 개막…중국 유커 없어도 대구는 뜨거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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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후 8시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 2017 치맥페스티벌의 주행사장인 두류공원 안 야구장에서 굉음과 함께 폭죽이 연이어 터졌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건배 구호를 했다.
권 시장은 큰 소리로 "가자! 치맥의 성지 대구로!"라고 외쳤다. 방문객들은 "대구!"라고 우렁차게 화답했다. 이윽고 행사장 가운데 세워진 높이 4m의 '치맥타워'에서 "꼬끼오~"라는 소리가 울려퍼지며 닷새간의 치맥 축제가 시작됐다.

19~23일 닷새간 치킨과 맥주 향연 펼쳐져 #35도 넘는 폭염에도 첫날 20만 명 북새통 #중국 '사드 보복'에 유커 사라져도 높은 인기 #전 세계 관광객 "한국 치맥 좋아요" 엄지 척

이날 대구의 한낮 기온은 35.2도까지 치솟았다.
치맥(치킨+맥주)을 즐기려는 이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주최측은 축제 첫날에만 20만명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으로 대규모 유커(遊客·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사실상 끊기다시피 했지만 치맥 축제의 열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일본·동남아·미국 등 다른 나라 대체 관광객들이 달구벌을 더 뜨겁게 달궜다.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19일 오후 ‘가자~ 치맥의 성지 대구로’라는 주제로 대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했다. 참석한 시민들이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19일 오후 ‘가자~ 치맥의 성지 대구로’라는 주제로 대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했다. 참석한 시민들이 개막을 축하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치맥페스티벌이란 이름답게 행사장에 마련된 테이블엔 치킨과 맥주를 먹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곳곳에 차려진 치킨 부스마다 방문객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다. 후텁지근한 날씨를 잊기 위해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는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대부분 20~30대 젊은층이었지만 올해는 50대 이상 방문객들도 부쩍 늘었다.

올해 치맥페스티벌은 역대 최대 규모로 꾸며졌다. 동원된 치킨은 43만 마리, 맥주는 30만L.
대구를 '친정'으로 하는 교촌치킨·땅땅치킨을 비롯해 모두 73개 치킨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대경맥주주식회사·갈매기브루잉·파머스맥주 같은 7개 수제맥주 업체와 버드와이저·코로나·호가든 등 14개 세계 맥주 브랜드가 참가했다. 치맥 부스만 180개 이상이다.
대구시는 축제 기간에 현장을 실시간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한다.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이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이 치킨과 맥주를 즐기고 있다. 대구=김정석기자

김지은(36·여)씨는 남편 및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축제장을 찾았다. 김씨는 "대구에서 열리는 축제 중에 가장 좋아하는 축제가 치맥축제라 모처럼 한껏 분위기를 낼 겸 가족이 함께 왔다"고 말했다.

친구와 같이 행사장을 찾은 김옥수(75) 할머니도 들뜬 표정이었다. 김 할머니는 "동네에서 홍보 전단지를 보고 난생 처음 치맥페스티벌에 놀러 왔다"며 "사람이 너무 많아 좀 정신이 없지만 젊은 사람들이 신난 모습을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사촌지간인 안지원(17·여), 안정민(17·여)씨는 "SNS에 올라온 게시물을 보고 재밌겠다 싶어 행사장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장에는 지구촌 각지에서 몰려든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치맥페스티벌이 대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거듭난 사실을 확인하는 듯했다.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온 크리스(32·천안 나사렛대 유학생)씨는 "한국에서 먹는 치킨과 맥주의 조합은 최고다. 대구에서 치맥 축제가 열린다고 해서 놀러 왔다. 대구가 고향보다 더운 것 같다. 그래도 맛있는 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 매우 좋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온 유학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대구=백경서기자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아프리카 짐바브웨에서 온 유학생들이 축제를 즐기고 있다. 대구=백경서기자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치킨·맥주와 관련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백경서기자

19일 오후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야구장 주행사장에서 치킨·맥주와 관련한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백경서기자

중국 지린성(吉林省)에서 온 최해용(30)씨는 "한국에 처음 왔는데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열린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왔다. 중국에서 한국의 치맥은 인기가 많다. 날씨는 덥지만 축제를 최대한 즐기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축제에는 중국에서 찾아온 관광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드 배치 결정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중국이 여행사를 통한 한국 여행을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보복 조치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평소 축제 현장을 가득 메웠던 단체 유커들은 올해 사실상 사라진 듯했다.

박동신 대구시 관광과장은 "올해는 대구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중국 도시 청두(成都)와 칭다오(靑島)의 공무원과 언론인들, 파워블로거 등 공식 초청을 받은 80여 명과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싼커)만 행사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19일 오후 ‘가자~ 치맥의 성지 대구로’라는 주제로 대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해 행사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치맥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2017 대구치맥페스티벌’이 19일 오후 ‘가자~ 치맥의 성지 대구로’라는 주제로 대구 두류야구장에서 개막해 행사장을 찾은 많은 시민들이 치맥페스티벌을 즐기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이날 개막한 대구 치맥페스티벌에서는 23일까지 치맥 EDM(전자음악) 파티,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 치맥 증강현실 체험, 치맥 시민문화예술제, 각종 공연 등을 다채롭게 진행 한다. 대구시는 올해 축제에 1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올해로 5회째인 대구 치맥페스티벌이 세계인의 축제로 우뚝 섰다. 무더운 여름에 대구를 찾은 수많은 외국인들과 전국에서 온 국내 관광객들이 더위를 시원하게 식히는 잊지못할 한여름밤의 축제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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