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속보]학대사망 대구 세살 아이 부모 “하루 한 두끼 줬다"...구체적 학대 행위 속속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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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청. 대구=김정석기자

대구경찰청. 대구=김정석기자

아들(3)을 학대한 끝에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부모가 아이에게 밥을 제대로 챙겨준 적이 없는 등 구체적 학대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중앙일보 7월 14일자 14면 보도)

아이 사망전 3일간 방안에 갇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사망 사건 발생 당시 의붓어머니의 사촌여동생도 현장에 #3일간 머문 사촌여동생 "아이가 집안에 있는지도 몰랐다"진술 #13일 진행한 현장검증에서 '무덤덤'한 부모 태연하게 사건 재연

대구경찰청은 A군의 친아버지 B씨(22)와 의붓어머니 C씨(22)가 아이에게 밥을 하루에 1~2끼만 먹인 사실을 파악했다고 16일 밝혔다. 특히 경찰 조사 결과 A군이 숨지기 직전 3일간은 계속 방안에 갇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12일 3일간 C씨의 사촌여동생 D씨(21)가 부부의 집에 와 있었다. C씨는 경찰에서 D씨가 아이를 보지 못하도록 아이를 방 안에 가뒀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C씨가 사촌여동생이 화장실 간 틈을 타 몰래 아이에게 음식을 줬다고 주장했지만, 아이의 영양 상태가 심각했다"고 말했다. 사망 당시 A군의 몸무게는 겨우 10㎏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군이 사망한 12일 오전 8시50분쯤에 이들 부부 외에 C씨의 사촌여동생도 현장에 있었다. D씨는 3일간 부부 집에 있었지만 아이가 집 안에 있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D씨는 경찰에 "아이가 사망한 날 오후 3시쯤 언니가 이제 집에 가라고 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세 사람은 아이가 숨진 당일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 이후 오전 9시쯤 C씨는 잠에서 깨어났고 아이가 사망한 사실을 그 때 알았고 오후 3시쯤 사촌여동생을 집으로 보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C씨는 이날 오후 4시20분쯤 경찰에 "아이가 숨져있다"고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D씨는 "형부가 데려온 아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집에 갔을 때 보이지 않았고 조용하길래 친어머니가 다시 데려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D씨에게는 추가 혐의점이 없다고 판단해 귀가 조치했다.

또한 경찰 조사 결과 친아버지인 B씨도 함께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모는 경찰에 A군 사망 전 3~4주간 20여 차례 걸쳐 아이의 목에 애완견용 목걸이를 걸어 침대에 묶어 놓고 밥을 굶기는 등 학대를 지속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B씨가 조사에서 1~2차례 A군을 애완견용 목걸이에 맨 사실은 인정했지만 목을 조이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B씨에게 C씨와 같은 아동학대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 부모에게는 아동학대치사 혐의가 적용돼 14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조사 과정에서 B씨는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경찰이 전했다.

아동학대 [연합뉴스]

아동학대 [연합뉴스]

A군이 사망한 하루 뒤인 13일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이들 부모는 태연하게 사건을 재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버지도, 의붓어머니도 슬퍼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현장검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웃집 사람들은 A군이 숨질 때까지 집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몰랐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이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아예 밖에 나가지 않아서 주민들조차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12일 오후 4시20분쯤 의붓어머니 C씨는 "아이가 자신의 방 침대 밑에 숨져 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아이의 몸에 멍을 비롯해 학대 정황을 발견하고 부모를 긴급 체포했다.
부모는 현재 “학대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목을 조르거나 고의로 숨지게 한 것은 아니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A군의 아버지는 2014년쯤 A군의 친어머니와 헤어지고 A군을 혼자 키우다가 2015년 C씨와 재혼했다. 재혼 후 딸을 낳았다.

경찰 관계자는 “B씨가 C씨와 재혼해 낳은 8개월 된 딸에게선 학대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A군의 친어머니는 아이 사망 사실을 알고 현재 큰 충격을 받은 상태라고 경찰이 전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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