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검사 "양길승이 이원호 비호" 방송사에 제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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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양길승(梁吉承)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청주 K나이트클럽 실질적 소유자인 이원호(50)씨로부터 사건청탁과 관련, 향응을 받은 사실을 방송사에 제보한 사람은 21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된 청주지검 김도훈(金度勳.37) 전 검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청주지검이 金전검사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梁전실장 일행에 대한 향응이 있은 며칠 후인 7월 4일 金전검사가 모 방송국 취재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양길승이 이원호를 비호하고 있고, 그 대가로 청주 K나이트클럽에서 향응을 제공받았다"고 제보했다는 것이다.

金전검사는 전화통화 후 몰카 비디오 테이프 2개를 자신이 맡은 사건과 관련, 기소중지된 洪모(43.S건설대표)씨를 시켜 퀵서비스 편으로 이 방송사에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金전검사는 제보한 테이프가 즉각 방영되지 않자 洪씨에게 다시 지시해 해당 기자에게 여러차례에 걸쳐 방영 독촉 전화까지 걸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사기대출 혐의로 金전검사가 기소중지한 洪씨는 金전검사의 전화 지시에 따라 모 흥신소에 몰카 촬영을 부탁했고, 퀵서비스를 이용해 그 테이프를 방송사에 전달까지 했다. 洪씨는 검찰에서 "金전검사의 지시에 따르면 선처해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金전검사는 이날 법원에서 진행된 영장실질 심사과정에서 몰카 제작에 관여한 혐의는 인정했지만, 비디오 테이프를 언론사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했다.

金전검사는 또 위증 사건 피의자 朴모(45.여)씨를 무혐의 처리해 주고 그 대가로 2천만원을 받은 사실도 영장 범죄사실에 나타났다.

검찰에 따르면 위증사건 수사검사와 피의자로 만난 金전검사와 朴씨는 고향과 취미(茶道), 불교신자 등 공통점이 많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들은 서로 누나.동생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면서 찻집이나 朴씨 집 등에서 어울려 온 사실도 드러났다.

영장에 따르면 金전검사는 지난 6월 24일 위증사건과 관련, 朴씨를 무혐의 처분해 주고 7월 초순 청주교대 후문 앞 주차장에 있던 朴씨의 승용차 안에서 사례비 명목으로 현금 1천만원과 1백만원짜리 자기앞수표 10장 등 모두 2천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金전검사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청주=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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