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검사도 저녁있는 삶 위해 불필요한 권한 내려놔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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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기(65)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3일 “검찰 개혁이 시대적 과제라 생각하고 재직 동안 혼신의 힘을 다해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은 시대 과제, 외부자 시선 필요" #과태료 미납과 투기 의혹엔 "몰랐다"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엔 "면밀히 보겠다" #"사형 제도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박 후보자는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검찰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검찰 개혁엔 (학계·시민단체 등) 외부자의 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는 검찰의 업무방식에 대해서는 “한국 검사들도 이젠 저녁이 있는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불필요한 권한은 내려놓는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자는 앞서 자신이 강조했던 법무부의 탈검찰화에 대해선 “인권국, 범죄예방정책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반드시 검사가 보임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은 전문가그룹으로 대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문제에 대해선 “1차적으로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검찰수사관이 사법경찰처럼 숫자가 방대하다”며 “합리적으로 수사권을 조정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박상기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이날 청문회에선 박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도 이어졌다. 박 후보자 부친 소유의 서울 신천동 진주아파트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외삼촌을 거쳐 증여세를 탈세했다는 의혹엔 “독일로 떠나게 되면서 부친의 명의로 해 뒀다. 근저당권 설정 당시엔 한국에 있지 않아 자세한 사정은 모른다”고 답했다.

모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선 “어머니의 문제다.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의 모친은 2011년 서울 우면동의 LH 아파트를 구입한 뒤 2년 뒤 매각해 4억4000만원의 양도차익을 얻었다.

박 후보자의 교통법규 위반, 자동차세·과태료 미납에 대한 추궁도 있었다. 박 후보자는 교통법규 위반으로 부과된 과태료를 7차례 체납하고, 자동차세·과태료 미납으로 15차례 차량을 압류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8년 12월 2일 ‘신호 시 위반’으로 12만3900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고 6년7개월이 지난 2015년 6월 8일 과태료를 납부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이에 대해 “자녀들이 주차 위반을 여러 차례 해서 과태료가 많이 부과된 걸로 알고 있다. 고의로 과태료를 내지 않은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후보자 측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기록에 대해선 “1993년 무단횡단하던 보행자와 가벼운 접촉사고가 있었고 당시 종합보험에 가입돼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채동욱(58) 전 검찰총장 기획 낙마 의혹과 국정원 댓글사건의 진상조사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채 전 총장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할 의사가 있느냐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조치가 필요하다면 진상조사를 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해서도 “자세히 보고받지 못해 알지 못하지만 취임하게 되면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변호사 개업을 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변호사 개업을 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지난 5월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법무법인 '서평'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대체복무와 사형제도 등 인권과 관련한 쟁점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박 후보자는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선 “일률적인 형사처벌은 한국 인권 수준이 국제사회로부터 낮게 평가받는 원인이다. 대체복무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사형제도에 대해선 “우리나라가 인권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점진적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폐지돼야 할 제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는 자료 제출 문제로 오전에는 파행했다. 야당 의원들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자료를 ‘사생활 보호’ 등의 이유로 대부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오전 11시5분 청문회가 정회됐다. 이후 박 후보자가 일부 자료를 제출하면서 오후 2시부터 회의가 속개됐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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