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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 부패혐의로 실형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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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의 거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이 뇌물 수수와 돈세탁 등 부패 혐의로 9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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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에 따르면 리우데자네이루 법원은 12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이 2009년 상파울루에 있는 한 복층 아파트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대형 건설업체 OAS로부터 약 13억 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받았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OAS가 브라질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와 계약을 체결하는 데 유리하도록 도움을 준 대가로 받은 뇌물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아파트 취득 과정에서 어떤 위법 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8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룰라 측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형이 확정될 때까지 구속되진 않지만, 지지율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대통령으로 재임하며 브라질뿐 아니라 남미 전역에서 좌파의 지도자로 큰 사랑을 받았던 룰라 전 대통령은 또 한번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세를 모으고 있던 중이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재 지지율도 상당하다. 하지만 실형 선고가 확정되면 내년 대선 출마가 불가능한 것은 물론 19년간 공직에서 일할 수 없게 된다.

룰라 전 대통령은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힌 상태다. 그의 변호인단은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명백히 정치적 동기에 의한 수사이며 유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는 없고, 무죄를 입증하는 수많은 증거는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그가 속한 노동자당(PT) 또한 이를 ‘정치 재판’으로 보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구체적인 증거도 없는데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민주주의를 짓밟는 행위를 두고 보지 않겠다고 거리 투쟁을 예고한 상황이다.

룰라는 그간 부패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연방검찰에 의해 여러 차례 기소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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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판결을 내린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는 전 대통령들을 비롯해 국회의원 등 고위직 80여 명이 줄줄이 수사 대상 리스트에 올려 ‘브라질의 반부패 영웅’으로 떠올랐던 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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