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출퇴근 재해 산재보상법안 조속 통과돼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9면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는 통근 버스 등 사업주가 제공한 차량을 이용하던 중의 사고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출퇴근 관련 조항이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 1일부터는 자가용이나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지난달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자가용, 대중교통, 도보나 자전거 등을 이용해 통상적인 경로로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출퇴근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하면 원칙적으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없으나, 일상생활에 필요한 행위를 위해 경로를 일탈하거나 중단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다.

자가용을 운전해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경우, 자녀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회사로 가던 중 넘어져 다리 골절의 상처를 입은 경우,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다 러시아워 인파에 밀려 계단에서 넘어져 손목을 다친 경우 등의 사례는 그 동안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을 받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고 산재보험 급여와 재활서비스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1917년, 독일은 1925년, 프랑스는 1946년, 일본은 1973년부터 출퇴근 재해가 도입된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산재보험이 시행된 1964년 이후 54년 만에 출퇴근 재해 보상제도의 길이 열려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되면 2000만 근로자들이 현행 업무상 재해는 물론 출퇴근 재해까지 업무상 재해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사고를 당할 경우 즉각적인 생계 위협에 직면하게 되는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어 생활고로 인한 어려움도 크게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용역결과에 따르면 연간 출퇴근 재해 근로자는 9만4000여명으로 추정된다. 주로 사업장내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업무상 재해와는 달리 출퇴근 재해는 사업장 밖에서 발생하는 특성이 있다.

산재보험을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은 출퇴근 재해조사 등의 업무 수행을 위한 더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필요한 제반 준비사항을 면밀히 검토·시행함으로써 출퇴근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해 근로자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고자 한다.

근로자들이 출근부터 퇴근까지 빈틈없이 촘촘하게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기대한다.

심경우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