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사인있었나... 추미애에게 쓴소리하는 여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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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10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10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추미애 민주당 대표를 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추 대표는 최근 국민의당의 ‘제보 조작 사건’을 ‘머리 자르기’ ‘북풍조작’이라고 잇따라 공격해 국민의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가파른 여야 대치의 원인 제공자로 꼽혔다.
원내대변인이 조심스럽게나마 당 대표를 비판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강훈식 원내대변인(충남 아산을)은 1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내부의 상황이 복잡하고, 여기에 추미애 대표 발언하고 맞물려서 (국민의당이) 반발을 굉장히 극도로 하고 있어 (국회가) 경색된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전체적으로 (추 대표의) 발언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보다는 왜 하필 그 시점에 했느냐, 이런 의견을 가진 의원들은 좀 있다”고 말했다. 추 대표의 발언 때문에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국회 보이콧에 국민의당이 가세하게 된 걸 염두에 둔 듯하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힘들다"는 취지로 발언했었다.
4선의 설훈 의원(경기 부천시 원미을)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내 정치 상황도) 사드 문제만큼 복잡하다.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우리 당 지도부가 너무 국민의당을 몰아치는 것은 현명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추 대표가 국민 여론 의식하고 강하게 얘기한 거 같다. 나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며 “국민의당도 너무 신경 곤두세우고 할 일은 아니다. 국민이 어떻게 보는지가 중요한 거지, 어느 정치인이 얘기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도 “저도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데, 어르고 달래고 야당과 함께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가야 하는 입장에서는 당혹스럽다”라며 “지금 상황은 어쨌든 축구로 치면 저희 공수가 손발이 딱딱 맞아떨어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자칫 “내부 총질을 하면 어떡하는가”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는 상황에서 여당 의원들이 집권당 대표를 향해 공격성 발언을 잇달아 내자 일각에선 “청와대와 교감이 있었던 거 아닌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G20 정상회담을 하러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인 5일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고생이 많다. 추경 마무리를 잘해달라”고 격려했다는 사실이 9일 알려졌다. 취임 이후 추 대표와 전화 한통화 없었던 문 대통령이 우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추 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대야 교섭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우 원내대표는 추 대표와도 다소 껄끄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추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여전히 야권을 공격했다.“적폐를 청산할 정부가 야당의 무책임한 보이콧으로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현재 (국정)교착은 전적으로 야당의 발목잡기에서 기인한 거다”라며 “협치는 각 당이 최소한의 품격을 갖추고 있을 때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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