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정희 탄생 100주년 우표' 둘러싸고…"박정희는 독재자" vs "기념우표 하나 못 만드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유린한 '독재자'란 평가는 분명한 사실"(구미 시민단체) vs "박정희 대통령이 기념우표 하나 만들지 못할 정도로 가치 없는 인물인가"(구미시)

1961년 5월 20일 계엄사무소 앞의 장도영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겸 내각 수반(왼쪽)과 박정희 최고회의 부의장. [중앙포토]

1961년 5월 20일 계엄사무소 앞의 장도영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겸 내각 수반(왼쪽)과 박정희 최고회의 부의장. [중앙포토]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인 올해 박 전 대통령 기념 우표 발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구미 시민단체들의 비판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 우표 발행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구미시가 반발하고 나서면서다.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재심의 결정 #구미시 "반대 의견만 듣고 근거 없이 뒤엎어" #시민단체 "논쟁 소지 있는 인물 우표 안 돼" #우정사업본부, 오는 12일 발행 여부 재심의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기념 우표 발행 여부를 오는 12일 재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우정사업본부는 기념우표를 예정대로 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8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사진 우정사업본부]

박정희 전 대통령의 8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 [사진 우정사업본부]

구미시는 반발하고 나섰다. 시는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엄연히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 사안을 반대 의견만을 듣고 정당한 근거 없이 뒤집었다"며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 및 공과의 판단과는 별개"라고 지적했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다양한 관점에서 엇갈릴 수 있지만, 엄연히 우리나라의 가장 힘든 시기를 함께 한 대통령이었으며 수출입 전략, 외자 도입, 중화학공업 육성 등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업적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1974년 봄 청와대 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중앙포토]

1974년 봄 청와대 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그의 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중앙포토]

구미시는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은 대한민국 성장 과정에서 선두를 지휘했던 역대 대통령의 발자취를 되짚어 보며 취할 것은 취하되 부족했던 점은 보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구미YMCA, 구미참여연대, 민주노총 구미지부, 전교조 구미지회 등은 앞서 지난달 기념우표 발행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구미시는 어떠한 의견을 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고 우정사업본부에 일방적으로 사업을 요청했다. 시민 동의없이 구미시의 일방적인 요청으로 이뤄진 기념우표 사업을 당장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 취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그러면서 '정치적·종교적·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의 경우 기념우표를 발행할 수 없다'는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을 내세웠다.

이들은 "구미시와 경상북도가 중심이 돼 추진하는 '박정희 100년 사업'은 이미 지역에서부터 수많은 반발에 부딪히고 전 국민적 조롱의 대상이 됐다. 그 반발의 주된 이유는 독재자를 미화·우상화하는 사업의 성격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한편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 발행사업은 지난해 4월 8일 구미시가 우정사업본부의 2017년 기념 우표 발행 공모사업에 신청한 후 같은 해 6월 2일 정식 선정됐다.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카메라에 잡힌 김종필 당시 공화당 의장(왼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가운데), 육영수 여사. [중앙포토]

1967년 제6대 대통령 선거 유세 도중 카메라에 잡힌 김종필 당시 공화당 의장(왼쪽)과 박정희 전 대통령(가운데), 육영수 여사. [중앙포토]

미국에서는 박 전 대통령과 같은 해 태어난 케네디 대통령(1917~1963)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가 올해 발행됐다. 중국에선 초대 총리인 저우언라이(周恩來·1898~1976), 두 번째 국가주석인 류샤오치(劉少奇·1898~1969) 탄생 100주년 기념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