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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 맛 풍부 셰리 와인, 한식과 잘 어울려 … 막걸리 신선해 최고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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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스스로를 팔 수 있는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제가 계속 공부하는 이유죠. 공부해야 스스로 성장하거든요. ”

‘세계 최고’ 소믈리에 바셋 #소믈리에는 가르치려 하지 말고 #손님이 원하는 것 편히 즐기게 해야 #한국 와인문화 곧 일본 수준 될 것

지난달 서울 논현동 WSA와인아카데미에서 만난 전설적 소믈리에 제라르 바셋(60·사진)은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전설적 소믈리에’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게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1989년 영국·미국이 인증하는 와인 전문가 자격인 마스터 소믈리에(Master Sommelier)를 취득했고, 98년엔 영국 와인마스터협회(Institute of Master of Wine·IMW)가 부여하는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을 획득했다. 지금까지 이 두 가지를 모두 획득한 사람은 바셋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딱 4명뿐이다.

바셋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010년 칠레에서 열린 ‘세계소믈리에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로 선정됐고, 이어 프랑스 보르도의 KEDGE(Bordeaux Ecole de Management)에서 와인 경영석사(MBA)를 취득했다. 그 결과 마스터 소믈리에와 마스터 오브 와인, 베스트 소믈리에, 와인MBA까지 모두 석권한 유일한 인물이 됐다. 2011년엔 영국 왕실로부터 제국 훈장 OBE(Officer of Order of the British Empire)를 받았다.

2007년부터 아내와 함께 영국 남부 사우스햄튼에서 부티크 호텔 ‘호텔 테라 비나(Hotel Terra Vina)’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도전 중이다. 이번 방한도 일종의 석사 학위 과정인 프랑스 OIV(International Organization of Vine and Wine) 마스터 코스의 일환이다.

바셋이 와인 최고수가 된 건 사소한 친구의 질문에서 시작됐다.

프랑스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스무살 무렵 영국에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그곳에 머물며 식당 주방 보조로 일했고 프랑스로 돌아가 3년 동안 셰프로 일했다. 하지만 주방 특유의 엄격한 위계 질서에 지쳐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진로를 고민하던 그에게 주변에서 와인 관련 일을 권했다. 단지 그가 와인의 나라 프랑스 사람이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떠밀리듯 시작했는데 한 친구의 질문이 그를 자극했다. 별로 대수롭지 않은 화이트 와인에 관한 지식을 물었는데 답을 못한 것이다. 그는 “너무 창피하고 부끄러웠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작은 규모의 소믈리에 대회에 나가 결승전까지 올랐다. 그때부터 목표를 세우고 와인 관련 대회에 계속 출전했다.

바셋은 “뛰어넘겠다는 목표가 2m 라면 이보다 20cm 더 높게 잡아야 이룰 수 있다”며 “나 역시 계속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하나씩 이뤄나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소믈리에 후배들에겐 “대회 입상이나 관련 자격증을 목표로 삼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소믈리에는 손님을 다시 오게 하는 게 목표”라며 “가르치려 하지 말고 손님이 원하는 것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셋은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인들이 매우 역동적이고 열정적이라는 걸 확인한다”며 “아직 일본만큼 와인 문화가 정착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일본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맛본 술이나 음식 중 그가 최고로 꼽는 것은 뭘까. 바셋은 주저없이 막걸리를 최고로 꼽았다. “신선한 데다 처음 맛보는 사람도 쉽게 마실 수 있는 맛”이라는 게 이유다. 한식엔 신선하면서 과일 맛이 풍부한 셰리 와인을 추천했다. 바셋은 “한식이 맵고 자극적이라 섬세한 와인은 압도당할 수 있으므로 드라이하고 짭쪼름한 셰리 와인이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글=송정 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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