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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보 수문 개방 한 달 … ‘녹조 라테’ 더 심해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구지 캠핑장이 위치한 낙동강 강변에 녹조가 번져 있다. 이곳은 달성보 하류다.

지난 1일 대구 달성군 구지 캠핑장이 위치한 낙동강강변에 녹조가 번져 있다. 이곳은 달성보 하류다.

지난 1일 오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의 구지 오토캠핑장. 낙동강을 따라 달성보에서 하류로 10㎞를 내려온 이곳 강변에는 주말을 맞아 30~40명의 시민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 낙동강에는 짙은 녹조가 번져 있었다. 마치 물감을 진하게 풀어놓은 듯 물결이 강변으로 밀려올 때마다 녹색 파도가 출렁거렸다. 투명 플라스틱 컵에 강물을 담으니 카페에서 판매하는 녹차 라테와 흡사했다. 이른바 ‘녹조 라테’였다.

강정고령보선 녹조 작년의 24배 #다른 7곳도 모두 녹조 퍼져 있어 #환경단체 “수문 더 열어야 해결” #농민 “가뭄에 누가 농사 책임지나”

정부는 녹조 방지를 위해 지난달 1일부터 4대 강 16개 보 가운데 낙동강 4곳을 포함해 6개 보의 수문을 조금씩 열었다. 본지 취재진은 수문 개방 한 달을 맞아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2일까지 상주보에서 하류의 창녕함안보까지 낙동강 8개 보를 둘러보고 수문 개방 효과를 점검했다.

지난 1일 경남 지역의 합천창녕보에서는 보 위쪽으로 녹조 띠가 넓게 펼쳐져 있었고, 보 수문에도 짙은 녹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걸려 있었다. 다음날 창녕함안보 선착장에서도 짙은 녹조 띠가 발견됐다.

2일 오전 창녕함안보 하류 본포대교의 한국농어촌공사 양수장에서는 분수처럼 물을 뿌리고 있었다. 녹조를 취수구에서 먼 쪽으로 밀어내기 위해서다. 본포 양수장 녹조 관리자인 임경섭씨는 “오전 8시에 취수구 앞 강물에서 녹조 띠가 발견돼 물을 뿌리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녹조가 좀 더 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씨의 말은 객관적인 수치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6월 27일 강정고령보에서 측정한 녹조 세포 수는 1701개였으나 올해 같은 기간엔 4만1081개로 24배를 훌쩍 넘겼다. 창녕함안보도 지난해엔 1만3283개였으나 올해는 3만1811개나 됐다.

현재 강정고령보는 조류경보제 ‘경계’ 단계가, 칠곡보와 창녕함안보에는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조류경보제는 상수원 구간에서는 ‘관심→경계→조류대발생’의 3단계로 운영된다. 두 번째인 ‘경계’가 발령되면 취수구와 조류가 심한 곳에는 차단막을 설치하고 조류를 제거해야 한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 차이는 있었지만 8개 보 모두에 녹조가 퍼져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는 지난 한 달 동안 평상시 수위에 비해 낙동강 강정고령보는 1.25m, 달성보는 0.5m, 합천창녕보는 0.2m, 창녕함안보는 0.2m 수위를 낮추었다. 이로 인해 낙동강 4개 보의 저수량은 12.6%가량 줄었다. 낙동강 8개 보 전체로 보면 줄어든 저수량은 8%가량이다. 이 때문에 ‘찔끔 개방’이란 말이 나왔고, 녹조 제거에도 별 효과가 없을 거란 지적이 앞서 나왔다.

취재에 동행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물 공급 걱정 때문에 한꺼번에 개방하지 못한다면 1m씩 단계적으로 수위를 낮춰가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은 수문 추가 개방에 반대하고 있다. 강정고령보 인근 등 낙동강 곳곳에는 “수문 개방 결사반대, 이 가뭄에 농사 누가 책임지나”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에 대해 정경윤 환경부 물환경정책과장은 “가을까지도 농경지에 물이 필요한 상황이고, 실제로 수문을 개방하려면 취수구를 낮추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현재 국토교통부와 한국농어촌공사 등에서 파견된 인원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꾸려 수문을 개방한 6개 보의 취수구 위치와 높이 등을 전수조사하고 있다.

대구·창원=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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