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식 코드 인사 ‘도모다치’ 내각 … 선거 참패 불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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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총리의 도모다치(친구) 내각이 10년 전 실패의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 도의회 선거에서 역대 최악의 참패를 당한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 쏟아지는 진단이다. 일부 측근들을 우대하는 아베의 국정운영 방식이 선거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폐쇄적 국정 운영 #이나다 방위상은 경질 1순위 #잇단 측근 구설 10년 전 데자뷔

일본 언론들은 “당초 8월 이후로 예정됐던 개각과 자민당 지도부 인사를 앞당겨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아베 총리의 가장 큰 고민은 칼을 대야 할 인사들 대부분이 그와 정치적 고락을 함께해 온 측근들이란 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선거전 막판 큰 논란을 일으킨 3인방이 대표적이다. “방위성, 자위대, 방위상으로서도 (지지를)부탁하고 싶다”는 발언으로 ‘자위대의 정치적 이용’논란을 일으킨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은 경질 1순위로 꼽힌다.

또 선거 참패의 결정적 요인이던 사학재단 가케(加計)학원의 수의학부 특혜 신설 논란과 관련, 아베 총리와 함께 연루 의혹을 받고있는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장관,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간사장 대행 등도 교체 대상이다. 시모무라는 사학재단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하기우다는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서 담당부처인 문부과학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다.

하기우다는 2012년 이후 줄곧 아베 주변에서 자민당 부간사장, 자민당 총재 특별보좌관, 관방부 장관 겸 인사국장을 지내며 험한 일을 도맡아왔다. 시모무라는 2007년 1차 아베 내각에서 관방부 장관을 지냈다. 당시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으로 파문을 일으켰고 이후 아베가 재집권에 성공한 뒤 2012년~2015년 3년간 문부과학상을 지내며 교육 분야에서 ‘아베 색채’를 퍼뜨리는 작업을 주도했다.

일본 관가에선 “파벌 내부 학습을 통해 정치색을 공유하며, 실력 대신 의리를 앞세우는 ‘도모다치 내각’의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져나왔다”고 분석한다. 일부 측근그룹이 정보를 독식하는 폐쇄적인 국정운영, 아베식 코드인사의 문제점이 4년 반 동안 곪을대로 곪아 터졌다는 것이다.

이번 위기는 ‘10년 전 아베’의 데자뷔다. 2006년 9월부터 1년간의 단명에 그친 아베 1차 내각을 무너뜨린 것도 측근들의 잇따른 실언과 비리 의혹이었다.

서승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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