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적자 절반은 중국 탓, 한·미 FTA와는 무관한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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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우리에게 좋은 거래가 아니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발언 강도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강해 청와대와 한국 경영계가 당혹해한다. 한·미 FTA가 실제로 미국에 해가 됐는지 팩트체크했다.

“한국과 FTA, 무역 적자 완화 기여” #미 무역위원회도 평가할 정도 #자동차, 대수로 단순 평가 힘들어

◆FTA로 미국은 손해만 봤나=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로 미국의 적자가 확대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FTA와 미국 무역 적자 확대는 무관하다. 한국의 대미국 무역수지는 2015년 최고치인 258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는 전년 대비 25억6000달러 감소한 232억 달러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1~5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40억7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또 미국은 서비스 분야에선 한국에서 흑자(약 100억 달러)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 무역적자는 거의 반(47.2%)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한국은 전체의 약 3.8% 정도다. 미 국제무역위원회(USITC)는 “한·미 FTA가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완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한다. 한·미 FTA 발효 이후 세계 교역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미국의 교역은 성장했다. 특히 한국 수입시장 내 미국 상품 점유율은 2011년 8.5%에서 지난해 10.6%로 올랐다.

◆자동차는 불공정 무역이었나=한국이 지난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는 총 96만4000대로 수출 금액은 154억9000만 달러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 팔린 미국산 자동차는 6만99대, 약 16억8000만 달러어치다. 미국이 한국보다 9배에 달하는 자동차를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2011~2016년 12.4%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에서 팔린 미국 자동차는 37.1% 늘었다. 인구 격차와 시장 규모를 따져 비교했을 때 단순히 차량 대수로 불공정을 논할 수 없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시해 온 ‘과도한 연비 규제’는 국제적 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연비 규제는 L당 17㎞로, 미국(16.6㎞)보다는 까다롭다. 하지만 유럽연합(EU)은 한국보다 엄격한 L당 18.1㎞를 적용하고 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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