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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 서열 3위 추기경 ‘아동 성범죄’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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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조지 펠. [로이터=연합뉴스]

조지 펠. [로이터=연합뉴스]

교황청 재무원장이자 호주 가톨릭 교단의 최고위 성직자인 조지 펠(76) 추기경이 아동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바티칸 서열 3위 성직자로, 그간 성범죄 혐의로 기소된 교황청 관리 중 최고위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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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언론은 호주 빅토리아주 경찰이 29일(현지시간) 펠 추기경을 강간 1건을 포함해 적어도 3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바티칸에 체류 중인 펠 추기경의 첫 공판은 다음 달 18일 멜버른 치안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시드니모닝헤럴드는 “호주와 바티칸은 범인 인도 협정을 맺지 않았기 때문에 펠 추기경은 호주로 돌아오지 않고 기소를 피할 수도 있겠지만, 혐의를 벗기 위해 돌아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3년 호주 연방 정부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아동 성범죄를 조사하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위원회가 호주 전역에서 조사한 결과 1980년부터 2015년 사이 ‘어린 시절 가톨릭 사제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신고한 이가 4444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올 초 밝혀졌다. 피해자의 95%는 남자아이였고, 학대를 받을 당시 평균 나이는 10~11세였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 중 1880명의 혐의가 확인됐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일어난 일이었다.

시드니 대주교를 지낸 펠 추기경도 지난해 초 수사 대상에 올랐다. ‘사제들의 성범죄를 은폐하고 피해자들의 호소를 묵살했다’는 혐의였다. 그러다 몇 개월 후, 펠 추기경 자신의 아동 성범죄 혐의까지 추가된 것이다.

현재 펠 추기경은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최측근인 그는 2014년부터 바티칸에서 재무원장으로 재직해 왔다. CNN 등 외신은 “전 세계의 가톨릭 신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후 “사제들의 성범죄는 끔찍한 신성 모독”이라며 가톨릭 성범죄 근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2015년 미국을 방문했을 땐 피해자들을 만나 위로하고, 미사에서 “ 어린이 대상 성범죄는 계속돼선 안 된다”고 규탄하며 ‘성범죄 무관용 정책’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조지 펠은 누구인가=1941년 광산 관리자의 아들로 태어난 펠 추기경은 1959년 리치몬드 축구 클럽과 계약까지 했던 축구 선수였지만 사제의 길로 들어섰다. 호주 가톨릭계에서 그는 사제 독신주의와 동성애 반대, 사후 피임약 반대 등을 강력하게 주장해온 ‘정통 보수 사제’로 명성이 높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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