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예술가들에게 직거래 장터 내준 '춘천 기부천사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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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매일 출근 날마다 1만원을 적립하는 안경재 변호사. 박진호기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매일 출근 날마다 1만원을 적립하는 안경재 변호사. 박진호기자

“작은 씨앗이 모이고 자라 숲을 이루는 것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작은 기부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안경재 변호사 출근 날 1만원 기부 ‘씨드 소사이어티’ 진행 #100만원 모아 한국전쟁 참전한 터키 어려운 이웃 등에 기부 #씨드 소사이어티 그린·브라운·블루·코인 4단계로 만들어져 #동전(코인)부터 1만원(그린)까지 기간 설정 후 적립하면 돼

사무실을 지역 예술가를 위한 직거래 장터로 꾸미고, 출근하는 날마다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변호사가 있다. 강원도 춘천시 제1호 임명공증인(공증 전업 변호사) 안경재(47·연수원 29기) 변호사 얘기다.

안 변호사는 지난 1월 ‘씨드 소사이어티(seed society)’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해 출근하는 날마다 1만원씩 기부하고 있다.
씨드 소사이어티는 1억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서 착안한 것으로 자신의 경제 상황에 맞게 기부를 할 수 있는 프로젝트다. 4가지 단계로 나눠 자신의 경제 상황에 따라 기부 금액을 선택할 수 있다.

안경재 변호사 사무실에 전시돼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 박진호기자

안경재 변호사 사무실에 전시돼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 박진호기자

그린 레벨은 1만원, 브라운 레벨은 5000원, 블루 레벨은 1000원, 코인 레벨은 동전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기부금도 출근일·수익금·휴일 기준 등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도움을 받는 대상도 자신이 정하면 된다.

안 변호사의 경우 지난 22일 누적 적립금이 100만원을 돌파했다. 그는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한국전쟁 참전국인 터키에 적립금의 절반인 5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터키대사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위해 써 달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매일 출근 날마다 1만원을 적립하는 안경재 변호사. 박진호기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매일 출근 날마다 1만원을 적립하는 안경재 변호사. 박진호기자

안경재 변호사 사무실에 전시돼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 박진호기자

안경재 변호사 사무실에 전시돼 있는 지역 작가들의 작품. 박진호기자

나머지 50만원은 2018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세워지는 ‘평화의 벽·통일의 문’ 건립 사업에 기부했다.

안 변호사는 “기부를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을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만들게 됐다. 1만원과 5000원은 사업·자영업자, 1000원은 직장인, 동전은 청소년들이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상·하반기 매년 두 차례에 걸쳐 적립한 금액을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지난달 초 자신의 사무실을 지역 작가들을 위한 직거래 장터로 꾸미기도 했다. 사무실 안에 강원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 등 6명의 작가가 그린 작품 25점을 전시했다. 작품 옆에는 작가의 이름과 가격도 함께 붙어 있다.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매일 출근 날마다 1만원을 적립하는 안경재 변호사. 박진호기자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매일 출근 날마다 1만원을 적립하는 안경재 변호사. 박진호기자

그는 “사무실을 찾은 의뢰인들이 작품을 보고 힐링을 할 수 있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구입도 가능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안 변호사는 중국과 한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손해배상 공익소송을 진행 중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피해와 관련해 양국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처음이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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