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 읽는 북한(3)] 유엔 제재에 대응하는 북한의 '꼼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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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중 외교안보대화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자국 기업들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대상에 올린 북한 기업들과 사업 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합의했다. 북한의 돈줄을 더 죄겠다는 포석이다.

제재 대상인 회사명을 변경하고 #사장도 교체해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중국 등 현지법인을 새로 설립해 #현지인을 법인장으로 내세워 사업 지속 #

이에 대해 북한은 유엔 안보리 및 미국 등이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북한 기업들의 회사명을 바꾸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 회사명으로는 더 이상 사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재 대상인 북한 기업들은 국가가 운영하기 때문에 개명 작업이 어렵지 않다.

북한 주민들이 조선노동당의 외화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대성은행에서 입·출금을 하고 있다. 조선대성은행은 2010년 10월 미국 재무부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은행이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 주민들이 조선노동당의 외화자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조선대성은행에서 입·출금을 하고 있다. 조선대성은행은 2010년 10월 미국 재무부가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은행이다. [사진 중앙포토]

자본주의 기업들처럼 해외 투자를 받거나 정상적인 무역거래가 없어 신용 문제 등 개명에 따른 부작용은 거의 없다. 북한이 유엔·한국·미국·일본 등으로부터 제재를 받는 기업은 조선대성은행·조선광업개발무역회사 등 50여개사에 달한다. 제재 대상이 된 북한 기업들은 보유 자금과 경제적 자산이 모두 동결되고 금융거래도 금지돼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중국교포 이모씨는 “북한 기업 관계자들이 대북 제재를 피하는 방법으로 회사명을 바꾸는 내부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거래처에도 회사명 변경 사실을 알리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등지에 이름을 바꾼 회사명의 새로운 현지 법인을 설립하려고 하고 있다.

이씨는 “제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의 사장들도 이번 기회에 다른 사람으로 교체중이며 중국 법인의 경우 중국 사람을 대표로 선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제재국면에서 회사명과 사장을 바꾸고 새로운 현지 법인을 설립해 기존사업의 일부를 변경해서라도 계속하려고 한다.

북한의 이런 ‘꼼수’에 유엔 안보리 등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봐야 한다. 그 동안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는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것이 아니고 그 때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이었다. 북한은 그 틈을 찾아서 대북 제재를 피하는 방법을 ‘자기식대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제재하려는 유엔 안보리 및 미국과 온갖 방법을 동원해 피해가려는 북한의 싸움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북한은 2006년 유엔 안보리의 첫 대북제재를 시작으로 현재 결의안 7개(1718, 1874, 2087, 2094, 2270, 2321, 2356호)를 받고 있다. 거듭되는 제재 속에서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이런 대북제재에 대해 “가소로운 짓”이라고 비난하고 “미국의 적대시정책이 보다 가증될수록 우리 역시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더욱 높이 추켜들고 나갈 것”이라고 맞섰다. 지난해 2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반세기 동안 미국의 가혹한 제재 속에 살아온 우리에게는 제재가 통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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