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두 달 전 “추하게 당권 안 매달린다”더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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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하게 당권에 매달리는 짓 하지 않는다.”(4월 21일)
“(대표가 돼서) 악역이라도 해주는 게 도리다.”(6월 19일)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당 대표 출마에 대해 두 달 사이 바꾼 말들이다.

당권 도전을 추하다고 한 시점은 대선 전인 4월 2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였다. 대선 후 전당대회에 출마할지를 놓고 질의가 오갔다.

^패널=“(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래도 완주를 하려는 것은 대선 이후 당권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전 지사=“당권을 노리고 선거를 치를 만큼 바보는 아니다.”
^패널=“대선 후에 전당대회에 출마할 생각은 없나.”
^홍 전 지사=“당권을 한 번 잡아봤고 저도 나이가 있다. 더 이상 추하게 당권에 매달리고 그런 짓 하지 않는다. 당권에 집착한다는 이야기는 홍준표를 잘 몰라서 하는 이야기다.”

그는 대선 패배 후 지난달 12일 미국으로 출국할 때만 해도 “당권을 가지고 싸울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출국 사흘 만에 “자유한국당은 쇄신되어야 산다. 지도부도 바꾸고 자세도 바꿔야 한다”며 당 혁신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당내에선 “당권 도전에 뜻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 박종근 기자

홍준표 전 경남지사. 박종근 기자

결국 그는 이달 18일 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이 당을 혁신하고 다시 살리는 것이 소명”이라면서다. 하지만 당 혁신과 관련해선 “자세한 내용을 이야기하면 표가 떨어진다”고만 말하고 있다.

그는 대표 후보들 간의 TV토론도 거부하고 있다. 이날 “TV토론을 안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글쎄”라고만 답했다.

이에 대표 후보인 원유철 의원과 신상진 의원은 21일 홍 전 지사의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원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가 토론회에도 참여하지 못한다면 후보직도 내려놔야 한다”며 “입장 변화가 없다면 홍 전 지사가 사퇴하든지 내가 사퇴하든지 사생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도 “TV토론을 안 하면 저도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며 “홍 전 지사가 끝까지 TV토론도 거부하고 사퇴도 하지 않는다면 당원과 국민의 심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선후보로 경쟁했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21일 서울대 강연에서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70년 중 60년간 (대한민국을) 책임졌던 보수가 제가 보기엔 운명을 다한 것 같다”며 “한국당의 홍모 씨가 말하는 저런 식으로는 보수가 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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