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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 포르노' 고수가 만든 '다크 하우스'

중앙일보

입력

영화 '다크 하우스'

영화 '다크 하우스'

[매거진M] 별점 ★☆

감독 대런 린 보우즈만의 신작 '다크 하우스'

감독 대런 린 보우즈만 │ 출연 제시카 론디스, 조 앤더슨, 린 사예 │ 각본 크리스토퍼 몬페트 │ 촬영 마이클 피모그라니 │ 음악 마크 세이프리츠 │ 장르 공포, 스릴러 │ 상영 시간 98분 │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신문기자 줄리아(제시카 론디스)는 ‘묻지마 살인’으로 언니네 가족 모두를 잃고 만다. 수사가 졸속으로 종결되자, 줄리아는 남자친구인 경찰 데클란(조 앤더슨)과 사건 추적에 나선다. 한데 살해 현장인 조카의 방은 이미 남김없이 치워진 상태. 얼마 뒤 줄리아는 살인 현장 증거를 통째로 수집하는 미스터리한 인물이 외딴 마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소 모호해 보이는 지금의 제목보다는 ‘도살장’을 뜻하는 원제 ‘Abattoir’가 이 영화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다크 하우스’ 속 집은 그런 공간이다. 피와 살점, 썩은 시체와 영혼으로 들끓는 곳 말이다. 영화 시작부터 머리를 짓이기고, 신체를 가르고, 목을 매다는 장면이 줄줄이 이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2000년대 호러 열풍을 몰고 왔던 ‘쏘우’ 2~4편(2005~2007)의 대런 린 보우즈만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다크 하우스'

영화 '다크 하우스'

보우즈만 감독의 전적을 고려하면, ‘다크 하우스’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심심한 영화다. ‘쏘우’ 시리즈에서 그는 보다 끔찍하고 악랄한 고문ㆍ살인 수법을 보여주는 데에 온전히 ‘올인’했다. 플롯은 엉성해도 사람 하나는 제대로 죽였고, 공포를 극한까지 몰고 가는 ‘고문 포르노’로서 무시무시한 힘이 있었다. 한데 ‘다크 하우스’에서 보우즈만 감독은 폭력 묘사가 아니라 이야기와 오컬트적인 분위기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인다. 문제는 이야기도 분위기도 낡았다는 점이다. 저주 들린 집, 외딴 마을의 광적인 이면, 집단 무의식 등 ‘다크 하우스’는 호러영화의 관습을 그저 따라가기만 한다. 기자와 경찰 캐릭터를 앞세워 추적에도 공을 들여 보지만, 이 역시 공허하고 고루한 클리셰의 연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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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에서 온갖 악령이 쏟아져 나오는 후반부 클라이맥스 장면은 카메라 워크나 편집 면에선 꽤 인상적인 편이다. 한데 공포심은 좀체 들지 않는다. 날 것의 공포가 살아 꿈틀거리기엔, 몽환적으로 가공한 화면의 톤이 너무 매끈하게 느껴진다. ‘다크 하우스’는 과도한 CG는 되레 공포의 기운을 날려 버린다는 씁쓸한 교훈을 몸소 증명한다.

TIP. 보우즈만 감독의 ‘쏘우’ 2~4편을 생각하면, 착한 영화라는 착각까지 들 정도.

백종현 기자 jam197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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