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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북한, 방사포 로켓에 ‘눈’ 달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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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북한이 최근 300㎜ 방사포(다연장로켓)에 영상유도장치인 ‘감시경과 프로그램’을 장착해 정밀타격 능력을 갖춘 것으로 군 당국이 입수한 노동당 군수공업부 ‘극비’ 문건에 나타났다.

군수공업부 극비문건 분석 #목표물 영상으로 확인해 공격 #사거리 200㎞, 미사일급 진화 #김정은, 3월 비밀회의 소집 #“남조선 1만곳 타격 준비 완료”

노동당 군수공업부는 북한군 무기의 개발 및 운영과 관련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부서다. 20일 본지가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김정은(얼굴)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3월 1일 비밀리에 회의를 소집했다.

김정은은 당시 군수공업부 간부들과 회의를 하면서 “방사포탄에 감시경과 프로그램(영상유도장치)을 도입해 남조선 전역의 1만 개 주요 대상을 방사포만으로도 타격할 수 있는 준비가 완료된 것은 대단한 일이다. 조국 통일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문건의 제목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께서 주신 지시집행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을 대책하여 줄 데 대하여(‘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라는 뜻)’였고, 제목 위에 ‘극비’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문건 작성일은 회의 다음 날인 3월 2일이었다. 당시 김정은의 행적은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에 보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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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300㎜ 방사포에 감시경과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는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사안이다. 방사포란 조선시대 신기전(神機箭)의 후예로 불리는 무기로, 발사관(8개)을 다발로 묶은 발사대에서 동시에 발사할 수 있고 차량에 실을 수 있다. 북한은 기존의 방사포(107㎜·122㎜·240㎜, 수치는 발사관 직경)와는 전혀 다른 300㎜ 방사포 개발에 최근 성공했다. 300㎜ 방사포는 사정거리가 200㎞ 까지 늘어나는 미사일급 무기다.

북한이 영상유도장치를 부착해 정확도를 높인 사거리 200㎞의 방사포 개발을 마치고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으로 북한 문건에서 확인됐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해 3월 22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실험하는 장면. 당시 북한 언론은 김정은이 “명중성이 바늘귀를 꿰듯 정확한 데 대해 만족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영상유도장치를 부착해 정확도를 높인 사거리 200㎞의 방사포 개발을 마치고 실전배치에 들어간 것으로 북한 문건에서 확인됐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난해 3월 22일 함경남도 함흥에서 실험하는 장면. 당시 북한 언론은 김정은이 “명중성이 바늘귀를 꿰듯 정확한 데 대해 만족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방사포는 다량의 포탄을 발사해 일정 지역을 초토화하는 방식이어서 유도장치를 탑재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라며 “하지만 북한은 200㎞를 비행하는 포탄이 위성의 도움을 받아 목표물 근처로 날아간 뒤 목표물을 영상으로 확인해 공격하는 미사일급 유도 방사포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2013년 4월 처음으로 300㎜ 방사포 시험 발사를 한 뒤 지난해 3월엔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함경남도 함흥에서 정밀 발사 실험을 했다”고 밝혔다.

문건에는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2015년 8월 27일과 2017년 3월 1일 주신 지시집행에서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과 의견을 보내니 시급히 대책을 세워 주기 바란다”는 군수공업부의 지시하달도 들어 있다.

김정은의 “준비가 완료됐다”는 언급을 고려하면 문건의 지시하달 내용은 방사포 발사대와 포탄 생산에 박차를 가하라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군 당국은 보고 있다.

300㎜ 방사포의 사거리를 고려하면 수도권을 비롯해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 지역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방사포는 탄도가 낮고 한꺼번에 여러 발이 날아오기 때문에 미사일과 달리 요격이 어려워 북한이 이를 쏘기 이전에 탐지하고 선제타격으로 발사대를 제거하는 개념의 ‘킬체인’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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