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준결승 2국의 ‘도플갱어’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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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결승전 1국> ●커  제 9단 ○퉈자시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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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28~50)=흑이 29로 우변에 뛰어들어 변화를 만든 다음 47로 우하귀로 넘어가는 것까지. 모든 수순이 이세돌 9단과 커제 9단의 준결승 2국과 똑같다.

여기까지 바둑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결승전이라는 중요한 대국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두 대국자는 숨도 쉬지 않고 번갈아 돌을 놓았다. 이는 두 대국자가 사전에 동일한 모양의 포석을 미리 연구해 놓았다는 걸 의미한다.

이처럼 중국 선수들의 바둑에서는 초반이 빠르게 진행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중국 프로기사 대부분은 100여 수까지는 빠르게 두고, 제대로 된 승부처에서 아껴둔 시간을 몰아쓰는 걸 선호한다. 그만큼 중국에선 평소에 포석 연구를 확실히 해둔다는 말이기도 하다.

참고도

참고도

48로 드디어 '새로운 바둑'이 시작됐다. 준결승 2국에선 커제 9단이 48 대신 '참고도' 백1로 상변을 먼저 챙겼다. 그러는 바람에 흑6으로 우변 백마가 공격당했는데 퉈자시 9단은 흑6을 맞는 건 피해야겠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번 판에서는 48로 백마를 먼저 보살핀 다음에야 50으로 상변에 손을 돌렸다. 확실히 '참고도' 진행보다는 실전의 우변 백이 편해 보인다. 이처럼 사람의 바둑은 시행착오를 통해 더디지만 하나씩 하나씩 깨우치는 매력이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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