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이 영화 '옥자' 못 보겠다고 말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난 영화 '옥자'를 못 볼 것 같다"고 밝혔다.

황씨는 19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옥자가 꼬마 이름인 줄 알았더니 돼지 이름이었구나"라며 "식용 가축에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건 축산업에서는 불문율 같은 것으로 이름을 붙이는 순간 그 가축에 인격까지 붙어버리기 때문"이라며 "돼지든 닭이든 개든 고양이든 이름을 붙이면 반은 인간"이라고 설명했다.

옛날 집에서 키우던 똥개도 이름을 붙이지 않고 '똥개야' 정도로 불렀으며 만약 '누렁이'나 '백구' 등의 이름을 붙이면 차마 직접 먹지 못하고 이웃집 똥개와 교환해 먹었다고 황씨는 전했다.

황씨는 "돼지사육장의 신입사원들이 간혹 새끼돼지에게 이름을 붙이는 실수를 한다"며 "새끼돼지를 가만히 살피면 다들 개성이 있다. 이놈은 발발이, 이놈은 삐쭉이, 이놈은 순둥이, 이놈은 얄개. 키울 때는 정말 신이 난다"고 돼지사육장의 사례를 들었다.

이어 "그러나 이는 아주 잠시의 일. 돼지는 몇달 만에 도살장에 가야 한다. 그 신입은 눈물에 콧물에 밤에 벽을 잡고 울고 또 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슈퍼돼지 이름이 옥자, 우리 누이를 대표하는 이름 옥자라. 난 이 영화 못 볼 것 같다"고 밝혔다.

영화 '옥자'는 거대돼지 옥자와 강원도 산골 소녀 미자의 우정과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괴물' '설국열차' 봉준호 감독의 신작이다.

오는 29일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 100여개 극장과 넷플릭스에서 동시 상영된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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