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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 증여 의혹 불거진 하림 김홍국 “대기업 되며 오해 생긴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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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절대 편법 증여 아니다. 이미 조사 다 받았지만 다시 조사한다 해도 전혀 걱정 안한다.”

여당 김태년 정책위의장 지적에 #“증여세 100여 억원 국세청에 납부 #당시 기준에 맞춰 적법절차 거쳐” #“아들이 경영 능력 없다고 판단 땐 #전문 경영인에게 회사 맡길 계획”

김홍국(60) 하림그룹 회장이 아들 김준영(25)씨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을 부인했다. 미국 유학 중인 준영씨는 사실상 하림 그룹 1대 주주다. 김 회장이 직접 편법 증여와 관련해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김 회장은 지난 17일 본지와 만나 “하림그룹이 올 5월 4일자로 대기업(자산 10조원 이상) 반열에 들어서면서 여러 가지 오해가 생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해명에 나선 건 정부의 재벌개혁 추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4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취임사에서 재벌 개혁과 관련, “일말의 주저함도,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하림그룹이 주요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는 건 지난 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일감 몰아주기’ 대표 대기업으로 현대글로비스·롯데시네마와 함께 하림을 언급하면서다. 특히 하림에 대해선 “최근 편법 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준 하림이 새로운 논란에 휩싸였다”고 말했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는 ‘올품→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진다. 준영씨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올품이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최상단 지배기업이다. 김 회장은 2012년 자산규모 3조5000억원인 올품을 당시 20세인 준영씨에게 증여했다. 준영씨는 회사를 넘겨받으며 100억원 대의 증여세를 냈다. 현재 자산 10조5000억원인 그룹의 지분 44.6%를 보유하기 위해 낸 증여세는 이 금액이 전부다.

김 회장은 “증여세는 증여 당시 기업 자산가치를 기준으로 적법하게 납부했다. 그런데 현재 자산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적게 냈다고 주장하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증여세를 준영씨가 아닌 회사가 대신 납부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준영씨가 증여를 받은 후 올품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았다.

준영씨는 2020년까지 증여세를 나눠서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했고 올품이 받은 대출금으로 납부했다. 이후 유상 감자(30%, 주당 6만2500원)를 통해 100억원을 확보한 준영씨는 이 돈으로 올품이 받은 대출을 갚았다. 김 회장은 “유상 감자한 만큼 주식이 줄어드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증여받은 자산이 감소하는 것인데 ‘회사가 대신 냈다’는 것은 맞지 않는 표현”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증여 이듬해 준영씨의 자산은 크게 늘어났다. 2013년 올품은 한국썸벧판매와 합병했고, 연 800억원이었던 매출은 3400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는 416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은 물론 준영씨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미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었다는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김 회장은 “한국썸벧판매는 올품이 100%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였고, 운영비 감축 등 효율화를 위해 합친 것 뿐”이라며 “한국썸벧판매의 매출이 더해지면서 ‘일감 몰아주기’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해명했다.

논란은 2015년으로 이어진다. 당시 순자산 512억원인 에코캐피탈이 올품에 440억원에 팔렸고, ‘알짜 회사’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에 제기됐다. 김 회장은 “매출채권이나 대손충당금 등을 따져서 산출된 금액이고 관련 법령에 따랐다”고 설명했다.

바로 다음해 에코캐피탈은 순자산 617억원으로 성장했고 준영씨의 자산은 200억원 이상 늘었다. 김 회장은 “당시 지주사인 하림홀딩스가 보유했던 회사였고 공정위가 해소할 것을 권고해 어쩔 수 없이 매각해야했는데 올품이 사들인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 회장은 또 “2세 승계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창업자인 나의 경영철학을 이어가려면 어릴 때부터 교육해 온 아들이 회사를 물려받았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20년 안에 아들에게 경영권을 넘겨줄 생각이 없고 경영 능력이 없다면 전문 경영인을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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