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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정담] 문재인 행성과 친문 위성

중앙일보

입력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면서 더불어민주당엔 “문 대통령과 친문 세력은 행성(行星)과 위성(衛星) 같은 관계”라는 말이 자주 회자된다. “친문계가 맡은 역할에 따라 문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가 차이는 있지만, 모두 문재인 정부라의 안정과 유지를 위해 각자의 역할이 맡겨져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그렇다면 문재인 ‘행성’ 주변에는 어떤 위성들이 맴돌고 있을까.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소관계를 나타내는 '친박','원박','월박','비박'등의 단어가 화제가 됐던 것 처럼 이번엔 '구문','원문','중문','신문'등의 표현이 정치권에선 유행어가 될 조짐이다.

문재인 ‘행성’ 주위 구문ㆍ원문ㆍ중문ㆍ신문 # 노무현 청와대 출신 구문(舊文) 궤도 복귀 # 원문(原文) 나간 자리엔 신문(新文) 대거 입성 # ”‘친노’ 색깔 옅은 신문이 진정한 ‘친문 직계“

①구문(舊文)=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손발을 맞췄던 인사들이 내각에 다수 참여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ㆍ시민사회수석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 이후엔 문 대통령과 별다른 접촉점이 없었지만, 대선 후 내각에 등용되며 10년만에 공전궤도로 돌아왔다. 특히 외교ㆍ안보라인을 맡고 있는 조명균 통일부장관(당시 통일외교안보정책 비서관), 천해성 통일부차관(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자문관), 서훈 국가정보원장(국가안전보장회의 정보관리실장) 등의 기용엔 노무현 정부 시절을 ‘복원’ 하려는 문 대통령의 의지도 반영됐다고 한다.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2013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의 남북정상회의록 수사결과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과 2013년 11월 17일 오후 서울 신수동 노무현재단에서 검찰의 남북정상회의록 수사결과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특히 조 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2013년 11월 불구속 기소되면서 현재 대법원의 판결이 남아있지만 문 대통령은 임명을 미루지 않았다. 김은경 환경부장관(청와대 지속가능발전비서관),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청와대 행정관) 등도 노무현 정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②원문(原文)=‘원문’은 지난 2012년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을 지원했으며, 친문 중에서도 핵심으로 분류된다.
친문의 ‘3철’(이호철ㆍ양정철ㆍ전해철), 노영민 전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대선을 마치고 “정권에 부담이 되면 안된다”며 해외로 나가거나 주중대사로 임명되면서 ‘자의반 타의반’ 공전궤도에서 멀리 떨어졌다.
‘공신 그룹’의 힘이 비대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 문 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도 있다.
지난해 여름 히말랴애 산맥 트레킹을 함께 했던 문 대통령은 지난달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 양 전 비서관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을 함께 하며 미안함과 아쉬움을 전했다고 한다.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양정철 전 비서관과 이호철 전 민정수석

대신 이들의 후배급인 송인배ㆍ유송화 부속비서관,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한병도 정무비서관 등이 청와대에 잔류했다.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아 ‘친문 패권’이라는 인식에서 자유롭다는 ‘장점’이 고려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병도 정무비서관(왼쪽)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중앙포토, 윤건영 블로그]

한병도 정무비서관(왼쪽)과 윤건영 국정상황실장 [중앙포토, 윤건영 블로그]

③중문(中文)=20대 총선 전후로 궤도로 진입한 이들은 당내에서 ‘앙팡 테리블’ 같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직접 영입해 소위 ‘문재인 키즈’로 불렸던 손혜원, 김병기, 김병관, 표창원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등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 초년생들이라서 그런지 열의가 앞서고, 튀는 발언도 많다”고 말했다.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31일 오후 예정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피켓팅을 동영상 촬영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이낙연 총리 후보자 인준안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등원 거부로 31일 오후 예정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고 있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피켓팅을 동영상 촬영하고 있다.[오종택 기자]

이들은 특히 소셜네트워크(SNS) 활동에 능숙해 ‘온라인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선 때도 온라인 여론 결집에 톡톡히 한몫을 했다. 하지만 지난해 손 의원이 팟캐스트 방송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계산된 것”이라고 발언해 설화(舌禍)를 입는 등 ‘오버’하는 언행으로 문 대통령에게 부담을 준다는 비판도 있다. 청와대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 채 궤도를 돌면서 외곽 지원을 맡는 것이 특징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계산된 행동'이라고 발언한 뒤 사과하는 손혜원 의원[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이 '계산된 행동'이라고 발언한 뒤 사과하는 손혜원 의원[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④신문(新文)=대선 전까지는 문 전 대통령과 내세울만한 인연은 없었지만 청와대의 요직을 꿰차며 부상했다. 임종석 비서실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하승창 사회혁신수석,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당내에서는 “‘친노’ 경력이나 색깔이 가장 옅은 진정한 ‘친문 직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문재인도 정치인이다. '친노'라는 프레임과 벗어나 자기만의 정치 스타일을 만들어 평가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며 “앞으로 ‘신문’들에 대한 중용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참모진과 오찬을 함께한 뒤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성룡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청와대 참모진과 오찬을 함께한 뒤 커피를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조국 민정수석, 권혁기 춘추관장, 문 대통령, 이정도 총무비서관, 조현옥 인사수석, 송인배 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일정총괄팀장,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임종석 비서실장. [김성룡 기자]

특히 경제분야는 ‘신문’들이 밑그림부터 색칠까지 맡게 됐다.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등은 모두 교수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선 관직을 맡지 않았다. 김 부의장은 박근혜의 '경제 브레인'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문 대통령이 영입을 고수했다고 한다.
이외 조대엽 고용노동부장관, 송영무 국방부장관, 김상곤 교육부장관, 안병옥 환경부차관 등도 선대위를 거쳐 내각에 등용돼 문재인 정부의 한 축으로 등장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워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장을 수여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김상조 공정거래위워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임명장을 수여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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