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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사드기지·강원 군부대 사진 551장 찍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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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5일 오후 취임 뒤 처음으로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간담회에 참석해 이철우 정보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서훈 국가정보원장(왼쪽)이 15일 오후 취임 뒤 처음으로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 간담회에 참석해 이철우 정보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9일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의 소형 무인기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가 배치된 성주골프장과 강원도 지역 군부대 등 사진 551장을 촬영했다고 국정원이 15일 밝혔다. 이날 서훈 국정원장 등 국정원 측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회를 찾아 정보위원들과 간담회를 하면서 이 같은 내용 등을 보고했다.

서훈 국정원장, 국회 정보위서 밝혀 #기체는 미·일·중국 제품으로 제작 #“정부·군 무인기 소극 대응” 비판 나와 #김정은, 한·미 참수작전에 몸 사려 #올해 공개활동 작년보다 32% 줄어 #전용차 대신 간부 차 이용하기도

국정원은 “(무인기는) 일본제, 미국제, 중국제 등 여러 가지 제품의 합성으로 돼 있다”며 “정확한 내용은 컴퓨터 분석이 끝나야 한다”고 했다고 이철우 정보위원장이 전했다. 이와 관련, 무인기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이 소극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청와대는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파악하고도 아직까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고 있다. 2014년 3월 24일과 31일 북한 무인기가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에서 잇따라 발견되자 당시 청와대가 4월 2일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열었던 것과는 딴판이다. 군 당국은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성명을 내겠다”며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을 비난하는 성명을 아직까지 내지 않고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이 남한을 떠보기 위해 일부러 무인기에 연료를 적게 넣어 도중 추락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에 단호한 모습을 보여야 또 다른 영공 침범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올해 대외 공개 활동이 총 51회(6월 15일 기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2%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공개활동의 절반은 군사 관련이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일곱 번의 현장엔 모두 참석했고,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발사가 실패한 두 번의 현장에도 참석했을 것이라고 국정원은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공개활동은 2013년(244회) 이후 2014년 177회, 2015년 169회, 2016년 148회로 계속 줄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이미 권력 장악에 성공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얻어 공개 활동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으론 김 위원장이 신변에 위협을 느껴 외부 활동을 줄였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김정은이 최근 한·미 참수작전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경호를 강화했다”고 했다. 특히 올해 한·미 연합훈련 키리졸브(KR) 기간(3월 13~24일)중의 공개 활동은 2회에 그쳤다. 지난해 KR 기간 공개 활동은 8회였다. 지방을 방문할 때는 자신의 전용차(벤츠 600)를 타지 않고 간부에게 선물했던 차(렉서스)를 이용한 적도 있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참수작전에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참수작전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고 밝혔다고 이 위원장은 전했다.

북한 미사일 개발 상황과 관련, 국정원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위해 중간 단계 미사일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고 정보위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지난 4월 15일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미사일은 6종 있었는데 (중간 단계 미사일인) KN-15와 KN-17, 개량형 스커드, 개량형 KN-01 4종을 순차적으로 발사했다”며 “북한은 남은 (절차로) ICBM을 발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북한의 향후 대남 정책에 대해선 “한·미 정상회담 결과 등을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대남 태도를 모색할 전망”이라는 내용이 보고됐다. 한국 새 정부의 남북교류 제의를 북한이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국정원은 “새 정부 길들이기 혹은 (새 정부와) 기싸움을 하는 것 같다”며 “(기싸움이) 장기간 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새 정부에 대해 (향후 협상에서) 더 얻기 위해 북한이 (일부러 더) 강하게 나오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철재·추인영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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