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자산, 북미선 주식 아시아는 현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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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소위 백만장자로 불리는 부자들이 전 세계 부(富)의 45%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14일(현지시간) 발표한 ‘2017 세계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백만장자의 금융자산은 75조 달러(약 8경 4400조원)를 넘어섰다. 이는 세계 개인 금융자산 총액 166조5000억 달러(약 18경 7740조원)의 45%다.

미국 BCG ‘세계부자보고서’ #고액 자산가일수록 재산 빨리 늘어 #미국 백만장자 700만, 중국은 210만 #작년 상위 1%가 세계 자산 45% 차지

미국 CNBC방송은 “세계 인구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이 전 세계 부의 4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비중 앞으로 점점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BCG는 올해로 17년째 ‘세계 부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백만장자의 재산이 전 세계 부에서 차지한 비중은 2015년(44%)보다 1%포인트 증가했다. 백만장자 가구 수는 1790만 가구로, 2015년 1660만 가구에서 8% 증가했다.

BCG 보고서는 부자를 금융자산 보유 기준으로 나눴다. 부동산을 제외한 주식, 채권, 현금과 예금 보유 규모를 따졌다. 가구 단위로 보유한 자산 규모에 따라 ▶100만 달러(약 11억 2500만원)이상 2000만 달러(약 224억8000만원) 미만을 ‘하위 고액자산가(Lower High Net Worth)’ ▶2000만 달러 이상 1억 달러(약 1124억5000만원) 미만을 ‘상위 고액자산가(Upper High Net Worth)’ ▶1억 달러 이상은 ‘초고액자산가(Ultra-High Net Worth)’로 분류했다.

세계에서 부자가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미국의 백만장자는 700만 가구 이상으로 조사됐다. 중국이 백만장자 210만 가구로 그 뒤를 이었다. 부자의 재산이 늘어나면서 전 세계 개인자산 증가율도 한 해 동안 5.3% 뛰었다. 보고서는 “지난해 세계 각국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였고, 주요 증시가 좋은 성적을 보이면서 전년의 4.4%보다 증가폭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모든 지역에서 재산이 증가했다. 미국 백만장자의 재산 증가율은 전년 2%에서 지난해 4.5%로 뛰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자의 재산 증가율은 9.5%로 가장 높았다. 하지만 전년의 12%에는 못 미쳤다. 중국 경제 성장 속도의 둔화가 요인이었다. 중남미와 중동·아프리카 지역 부자의 재산도 각각 8.7%, 8.5% 늘었다. 보고서는 올해 말이면 아태 지역 부자의 금융자산이 서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부유한 지역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아태 지역 재산은 총 38조4000억 달러, 서유럽은 40조5000억 달러였다.

북미 부자들은 주식을 선호했다. 자산의 주식 비중이 70%를 차지했고, 채권(16%)과 현금·예금(14%)은 비중이 적었다. 서유럽 부자들은 주식(39%)과 채권(25%), 현금·예금(37%)의 균형이 비교적 맞았다. 아시아 부자들은 주식(23%)보다는 현금·예금(65%)을 선호했다. 현금·예금 비중이 글로벌 평균(39%)보다 월등히 높았다.

백만장자들은 2021년 세계 부의 51%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자의 재산 증가 속도가 일반인보다 빠르기 때문에 부의 쏠림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5년간 초고액자산가는 해마다 재산이 9.1%, 상위 고액자산가는 10.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금융자산을 11억원보다 적게 보유한 가구의 연평균 재산 증가율은 3.7%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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