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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도로상태를 읽고 형태도 바꾸고… 현란한 타이어의 진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 범죄 차량을 발견한 경찰이 바퀴 하나가 달린 1인용 모터카에 올라타더니 추격을 시작한다. 교통 신호도 무시하며 달아나는 도주 차량을 따라잡기 위해 지름길로 이어진 계단 앞에 서자 타이어의 표면이 자동으로 큰 톱니바퀴처럼 위ㆍ아래로 분리된다. 바퀴의 모양이 바뀌니 울퉁불퉁한 계단도 매끄럽게 올라간다.

# 복잡한 도로를 빠른 속도로 도로를 달리던 차량이 앞차를 추월하려고 한다. 바퀴가 방향을 바꾸는 대신 타이어의 표면이 순차적으로 좌ㆍ우로 튀어나오면서 차체를 옆 차선으로 옮겨준다.

한국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플렉스업. 센서가 장착된 우레탄 타이어가 도로의 상태를 읽고 자동으로 형태를 바꿔준다.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플렉스업. 센서가 장착된 우레탄 타이어가 도로의 상태를 읽고 자동으로 형태를 바꿔준다. [사진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가 최근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미국 ‘IDEA 디자인 어워드 2017’에서‘브론즈’와 ‘파이널리스트’를 수상한 미래형 콘셉트 타이어 플렉스업(Flexup)ㆍ시프트랙(Shiftrac)의 성능을 묘사한 동영상이다. 플렉스업은 복잡하고 좁은 도심 속 도로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계단, 과속 방지턱 등에서도 부드럽게 달릴 수 있도록 한 미래형 1인용 모터카의 바퀴 겸 타이어다. 시프트랙은 스케이트의 원리를 이용해 복잡한 도심 속에서도 민첩하고 부드러운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차선 변경은 물론 코너링도 빠르고 손쉽게 할 수 있다. 두 타이어의 공통점은 공기가 들어있지 않아 펑크날 염려가 없고, 고무가 아닌 우레탄 등 특수재질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한국타이어 상품기획담당인 조현준 상무는 “두 제품 모두 상상 속 미래 타이어만은 아니다”며 “이미 기술 개발과정을 거쳐 특허를 신청해 놓은 상태이며 오는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 출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이클레브 [사진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의 콘셉트 타이어 이클레브 [사진 금호타이어]

타이어의 진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펑크가 나도 웬만한 거리는 달릴 수 있고, 구멍난 자리를 스스로 메우는 타이어는 이미 현실 속 이야기다. 아예 공기를 넣을 필요가 없어 펑크 걱정이 없는 타이어ㆍ휠 일체형도 개발돼 군용 트럭이나 중장비용으로 나온 곳도 있다. 타이어 제조업체의 연구실이나 콘셉트 타이어를 보여주는 모터쇼를 가면 과학소설(SF) 영화에서나 봄직한 미래형 첨단 타이어들이 즐비하다. 동영상 채널 유튜브에는 최근 한국타이어를 비롯한 세계 주요 타이어 제조업체들이 만든 첨단 타이어 동영상이 인기다. 일반인의 상상을 넘어서는 기발한 아이디어와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미래 모습이 구현돼 있기 때문이다. 타이어업계에서는 향후 10여 년 뒤인 2030년 즈음엔 이런 타이어들이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굿이어의 볼타이어 '이글360'

굿이어의 볼타이어 '이글360'

타이어업계 세계 3위인 미국 굿이어는 지난해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 모양의 신개념 콘셉트 타이어 ‘이글 360’을 내놔 화제가 됐다. 타이어가 완벽한 공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차체를 돌리지 않고도 360도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다. 대표적 SF영화 스타워즈 속 ‘축구공 로봇’BB-8의 몸체를 빼닮았다. 타이어 안에는 센스가 장착돼 도로상황에 대한 정보를 자율주행차의 중앙컴퓨터로 보내준다. 타이어와 차체 간 물리적 연결은 없다. 바퀴 자리에 자기부상 방식으로 떠 있고, 달릴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2015년 현대자동차와 함께 전기자동차용 비공기압 타이어 ‘아이플렉스(iFlex)’를 개발한 바 있다. 이 타이어는 공기가 필요 없다. 대신 벌집처럼 구조를 이어붙여 공기 타이어를 넘어서는 신축성과 내구성을 확보했다. 재질도 고무가 아닌 우레탄 등의 단일 유니소재로 만들어졌다. 특히 일반 타이어에 버금가는 내구성 시험, 측면 강성 안전성 시험, 시속 100km 주행 시험 등을 통과해 성능과 안정성 측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금호타이어도 타이어 드레드에 최첨단 센서를 부탁해 노면조건을 읽고, 적합한 공기압과 타이어 교체주기, 도로상태 등의 정보를 알려주는 ‘이-클레브(E-CLEV)’와  타이어 바닥 모양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운전자에게 편안함과 집중력을 주는 음향을 만들어주는 ‘로드비트(ROAD-BEAT)’등의 콘셉트 타이어를 내놨다. 정부 출연연구소인 한국기계연구원도 지능형 센서를 장착한 발전까지 하는 지능형 티이어 센서를 개발하고 있다.

기계연 이운규 박사는 “미래 타이어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차량의 진화에 따라 변화해 나갈 수밖에 없다”며 “센서를 단 타이어와 고무가 아닌 신소재의 비공기주입식 등 다양한 타이어 등이 최근 많이 연구ㆍ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야 당연한 듯 익숙한 개념이지만, 고무 재질에 공기가 든 타이어가 세상에 나온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45년 미국의 R.W.톰프스가 마차용 통고무 타이어를 최초로 만들었다. 지금처럼 공기가 든 타이어가 나온 것은 130년 전인 1888년이다. 아일랜드인 존 던롭이 자전거용 공기 타이어를 발명했다. 이어 1895년 프랑스의 미쉐린 형제가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자동차용 공기 타이어를 만들어 냈다.

타이어, 즉 수레바퀴의 역사는 기원전 3000~4000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수레가 최초로 등장한 곳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메르였다. 수메르의 도시국가 가운데 하나인 우루크에서 발견된 기원전 3200~3100년경 그림문자에는 썰매와 굴림대 또는 바퀴 네 개를 단 썰매 몸체로 보이는 장치, 즉 초기의 바퀴 달린 수레를 묘사한 것이 있다. 바퀴의 발명 과정을 보여 주는 최초의 증거다.

당시 바퀴란 통나무 잘라 만든 원판형태였다. 때문에 무겁고, 둔탁하며, 수레에 실은 짐의 무게 때문에 오래 견딜 수 없었다. 나뭇결을 따라 쉽게 쪼개지기도 했다. 이후 두세 장의 나무 조각을 맞춰 원판을 만들고, 나무못으로 고정한 바퀴가 등장했다.
수레바퀴의 역사에서 바퀴살의 등장도 획기적인 변화였다. 오늘날 자동차 휠에 해당하는 바퀴살이 등장한 것은 기원전 2000년 경이다. 나무 테두리에 바퀴살을 박아 바퀴 가운데 부분을 비우는 기술이다. 이때부터 수레가 한결 가벼워 질 수 있었고 활용도도 높아졌다. 바퀴살이 많은 수록 바퀴가 튼튼해지지만, 당시로서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다. 나무로 된 바퀴도 진화했다. 닳거나 부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죽이나 구리판ㆍ쇠 등을 바퀴 테두리에 씌우게 됐고 수레바퀴는 더욱 튼튼해졌다.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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