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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힘으로 살리고 싶다’ 했는데 … 아내 떠나보낸 임재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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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가수 임재범(55)의 부인인 뮤지컬 배우 송남영(45·사진)씨가 12일 별세했다. 송씨는 6년 전 갑상선암을 진단받은 후 간과 위, 자궁으로 암이 전이되면서 힘겨운 투병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뮤지컬 배우 송남영씨 별세 #아내 암투병으로 힘겨웠던 시기 #무대공포증에도 ‘나가수’ 등 출연 #공연 보고 반해 결혼, 외동딸 남겨

송씨가 암 진단을 받은 시기와 임재범이 2011년 MBC ‘일밤-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에 출연했던 시기가 겹친다. 때문에 무대공포증과 극심한 우울증으로 관객 앞에서 노래하기를 기피해왔던 임재범이 TV 프로그램 출연 결심을 하게 된 것을 두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가 아내의 치료비를 벌기 위함이라는 추측도 있었다.

임재범

임재범

실제로 임재범은 당시 팬 카페에 ‘아내 송남영, 암 투병 중에 있어요. 여러분의 기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글에서 “제 아내 송남영, 저와의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즈음해 병원서 갑상선암을 진단받고 암 제거를 했고 간·위로 전이됐다는 추가 진단을 받았다”며 “육체의 병보다는 아내가 무척 외롭고 힘들어할 때, 한 여인의 남자로 남편으로 많이 아프고 힘이 든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워 아내가 많이 힘들어했다. 어쩌면 그 사람의 병을 내가 키웠을 수도 있겠다”며 괴로워했다.

또 같은 해 3월 ‘수요예술무대’에 출연해서는 마지막 곡으로 ‘독종’을 부르며 “많은 기도로 회복의 기적을 아내가 누릴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눈물 흘렸다. “다시 한 번 널 기다릴 거야. 이제는 더 잃을 게 없을 테니까. 죽을 힘으로 이 운명을 되돌리고 싶어”라는 가사와 임재범 특유의 음색, 그리고 두 사람의 사연과 눈물은 많은 시청자를 안타깝게 했다.

송남영씨는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했으며 뮤지컬 ‘명성황후’ ‘페임’ ‘겨울 나그네’ ‘하드록 카페’ 등에 출연했다. 1999년 뮤지컬 ‘하드록 카페’를 보러 갔던 임재범이 송씨에게 한눈에 반해버린 연애사는 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두 사람은 2001년 2월 결혼식을 올렸고 슬하에 딸을 하나 두었다.

무대에서 독특한 정신세계와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로 유명한 임재범이지만 아내에 대한 사랑만은 각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5년 공연 당시 부인을 무대로 올라오게 하고는 조 코커의 ‘유 아 소 뷰티풀’을 부르며 사랑을 고백하기도 했다. 빈소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4일.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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