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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폭발물은 나사못 넣은 '텀블러 폭탄'…기계공학과 교수 손·얼굴에 화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전 서울 신촌의 연세대 1공학관 건축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경찰 관계자들이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전 서울 신촌의 연세대 1공학관 건축학과 김모 교수 연구실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경찰 관계자들이 내부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건물에서 터진 폭발물은 보온용 텀블러로 만든 사제 폭탄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연세대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는 제1공학관 4층에 있는 자신의 연구실 문 앞에 놓인 쇼핑백을 들고 연구실에 들어갔다. 쇼핑백 안에는 비타민 음료 박스 정도 크기의 종이상자가 있었다. 오전 8시 40분쯤 김 교수가 종이상자를 여는 순간 안에 들어있던 폭발물이 터졌다.

 연세대 공학관에서 터진 폭발물 잔해. [연합뉴스]

연세대 공학관에서 터진 폭발물 잔해. [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폭발물은 커피전문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텀블러로 만들어졌다. 누군가 텀블러 안에 작은 나사들과 화약을 넣고 AA사이즈 건전지 4개를 연결해 만든 사제 폭발물이었다. 정확한 점화 방법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나사못은 폭발 당시 흩어지지 못하고 텀블러 안에 남은 채 발견됐다.

지난달 영국 맨체스터 자폭테러에도 '못 폭탄(nail bomb)'이 사용됐다. 못 폭탄은 폭발력이 강하지는 않지만, 못이 폭발과 동시에 멀리까지 날아가 박혀 살상력이 높다. 2013년 미국 보스턴에서 8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보스턴 마라톤 테러'에도 압력밥솥에 금속을 가득 채운 못 폭탄이 사용됐다.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는 제조법 동영상을 배포하며 테러에 못 폭탄을 사용하라고 장려했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폭탄을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생일 파티 때 터트리는 폭죽과 음료수 캔으로 만든 '폭죽 폭탄', 건전지로 만든 '배터리 폭탄' 제조법 등이 동영상과 온라인에 돌아다닌다.

13일 오전 8시40분쯤 연세대 제1공학관 4층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교수 한 명이 부상했다. 이날 오전 경찰 70여명이 출동해 수사를 벌였다. 이현 기자

13일 오전 8시40분쯤 연세대 제1공학관 4층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해 교수 한 명이 부상했다. 이날 오전 경찰 70여명이 출동해 수사를 벌였다. 이현 기자

사건 현장에는 경찰 70여 명이 나와 수사를 벌였다. 수도방위사령부에서 나온 위험성 폭발물 개척팀(EHCT), 경찰 폭발물처리반(EOD), 과학수사팀 등도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오전 11시쯤 건물 출입을 전면 통제하고, 감식견을 동원해 건물에 다른 폭발물이 없는지 확인했다. 오후 1시 현재 사건이 벌어진 4층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건물 통행 제한은 모두 해제됐다.

김교수는 오른쪽 손등에 2도 화상, 왼쪽 손등·오른쪽 목·오른쪽 얼굴과 귀에 1도 화상을 입었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장 이원재 교수는 "뜨거운 공기로 인한 흡입 화상이나 다른 증상은 없다. 치료에 2주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 교수에 원한을 품은 학생의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교수가 강의중인 기계공학수학 과목의 기말고사가 오는 20일 예정돼 있었다.

테러 가능성도 남아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폭발물을 두고간 사람을 찾고 있다. 해당층에는 CCTV가 2대 설치돼 있지만 김 교수 방 문앞은 비추기 어려운 위치다. 건물은 다른 공학관 3동과 모두 연결돼있어 범인이 건물을 드나든 동선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13일 오후 김교수가 지도하는 연구실을 방문해 학생들을 상대로 대면조사를 벌였다.

이현 기자 lee.hyun@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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