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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빅데이터·음성인식 모델로 보험 가입자 욕구 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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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보험·ICT 융합 시대2016년 1월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최대 화두는 ‘4차 산업혁명’이었다. 당시 클라우스 슈바프 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과 일자리, 생산활동은 물론 인간의 정체성에 관해서도 복잡한 문제를 던질 것”이라며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했다. 그의 예상대로 1년여가 지난 지금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제도·산업·미래전략 등에서 선제적 변화도 관측된다. 금융권에도 그 바람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자 동력 중 하나는 빅데이터다. 앞으로는 빅데이터의 전략적 분석과 활용을 통한 가치 창출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 빅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맞춤형 상품을 개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은행·카드·캐피털 등 금융업계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타깃 마케팅, 고객 서비스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보험회사도 예외가 아니다. 각 보험사는 수천·수만 명의 고객을 만나면서 축적한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고객별로 최적화된 보험료를 책정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콜센터 상담 내용을 텍스트로 바꿔 분석

최근 비즈니스 전반에 인슈테크(Insurtech)를 접목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ING생명이 대표적이다. 인슈테크는 보험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말한다. ING생명은 최근 음성 데이터를 텍스트로 전환해 주는 ‘음성인식모델(STT엔진)’인 TAS를 도입했다. TAS는 83%가량의 높은 음성인식률을 바탕으로 콜센터 상담 녹음 내용을 문서화할 수 있게 해준다. 이를 통해 회사는 설계사의 활동 내용과 계약 내역, 다양한 정형·비정형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와 같은 음성인식 모델과 빅데이터 활용 기술의 도입은 콜센터의 상담 품질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준다. ING생명 관계자는 “어느 정도 데이터 축적이 이루어진 후에는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이런 시장 상황을 반영한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선은 고객과의 상담 내용과 보험료 납입 상태 등을 통합적으로 관찰해 서비스를 개선하고 다수의 계약자를 보호하는 데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아울러 신인 재정컨설턴트(FC)의 속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정착률을 높일 계획이다.

ING생명 설계사 모바일 기기로 고객 관리

생명보험은 상품 내용이 복잡하고 보장 기간이 길다. 필요한 상품을 고르는 것 못지않게 계약 사항을 정확히 안내해 주고, 제대로 관리해 주는 보험사와 FC를 동반자로 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FC가 방문했을 때 평소 가졌던 보험 계약에 관한 궁금증이나 계약자 서비스 내용을 적극적으로 묻고 필요한 것이 있다면 보완해야 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최근 ING생명에선 아이탐(i-TOM)이 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탐은 고객관리 기반의 영업활동 모델이다. 지난해 4월 선보인 아이탐은 기능도 뛰어나지만 인간과 기술의 협업이라는 점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탐은 고객을 처음 접촉할 때부터 계약 체결 후까지 전 단계에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각 설계사는 PC뿐 아니라 태블릿·휴대전화 등 모바일 기기로도 아이탐에 접속하고, 이는 본사 모니터링 체계와도 공유된다. 본사와 설계사 간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ING생명 관계자는 “아이탐은 고객이 보험에 가입한 이후 보험사와 설계사로부터 제대로 관리받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고객 관리와 활동 관리를 통합적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TAS 도입, 아이탐 개발 등과 같은 ING생명의 빅데이터 활용 행보는 회사 차원을 넘어 보험업계 전반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ING생명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주관한 ‘2016년 빅데이터 활용 스마트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생명보험 빅데이터 전략모델’을 개발했다. ‘밸류 체인(Value Chain·가치 사슬)’을 기준으로 개발한 이 전략모델은 딥러닝 등 최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고객 관련 사항과 서비스 사후관리까지 보험업무 전반을 아우른다. ING생명 관계자는 “이 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업무 개선방안을 도출했고, 이를 공유해 보험업계 전체가 새로운 변화에 더욱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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