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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니들 보라고 입는 것 아닌 노출 패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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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6월 10일 umf 2017 현장에서 포착한 과감한 백-리스(back-less) 패션.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지난 6월 10일 umf 2017 현장에서 포착한 과감한 백-리스(back-less) 패션.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한여름 해변보다 더 과감한 노출 패션이 횡행하는 곳? 요즘은 음악 페스티벌 현장이다. 지난 주말, 6월 10일과 11일 이틀간 잠실벌을 달군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2017(이하 UMF)’의 현장 역시 노출 패션으로 뜨거웠다.
음악 페스티벌과 패션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TPO(Time·Place·Occasion, 시간·장소·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를 불문율처럼 여기는 패션계에서 음악 페스티벌은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패션을 제안하기 딱 좋은 핑곗거리다. ‘뮤직 페스티벌 룩’이 패션계에서 하나의 ‘장르’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걸크러쉬’로 물든 뮤직 페스티벌 노출 패션 공식 #망사 스타킹에 찢어진 청바지, 백-리스(back-less) 톱 #수위보다 방식이 문제, 뒤집어야 파격적이다

'페스티벌 룩'에도 트렌드가 있다  

케이트 모스의 전설과도 같은 2005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룩. [사진 katemoss daily.com]

케이트 모스의 전설과도 같은 2005년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 룩. [사진 katemoss daily.com]

물론 한 장르지만 면면은 다양하다. 교외의 농장에서 진흙탕을 구르며 시작된 해외 록 페스티벌의 경우 장화와 비옷, 야전 상의 재킷이 필수적으로 여겨졌다. 영국 남부 서머싯 주의 농장에서 열리는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 2005년 영국의 모델 케이트 모스가 클래스톤베리에서 선보인 마이크로 숏츠(아주 짧은 반바지)와 레인부츠(장화) 룩은 지금까지도 전설처럼 회자하는 페스티벌 룩의 원조 격이다.
매년 4월 셋째 주 주말 3일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리는 ‘코첼라 밸리 음악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가장 패셔너블한 페스티벌로 꼽힌다. 유명 셀럽과 힙스터들의 방문으로 그해 축제 패션 트렌드를 결정짓는 중요한 런웨이로 여겨질 정도다. 올해는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는 란제리 룩, 시스루 패션 등이 특히 눈에 띄었다.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레이스 속옷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모델 조안 스몰스. [사진 조안 스몰스 인스타그램]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서 레이스 속옷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모델 조안 스몰스. [사진 조안 스몰스 인스타그램]

록 장르가 주가 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EDM(Electronic Dance Music) 페스티벌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 5월 13 ·14일에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6월 10·11일에 열린 ‘UMF’, 오는 7월 8일에 열리는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이 대표적이다. 주로 도심의 대형 공연장에서 화려한 레이저 조명과 함께 열리는 공연의 특성상 흡사 거대한 ‘클럽’을 연상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비트가 빠른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야하기 때문에 여느 페스티벌 룩보다 ‘가벼운’ 옷차림이 요구된다. 또한 일상에서 경험하는 드문 일탈이라는 점에서 음악 페스티벌 룩은 과감함을 필수적으로 내포한다. 평소에는 엄두 내지 못하는 대담한 노출 패션이 한국 뮤직 페스티벌 룩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한 리한나. 파격적인 시스루 패션을 선보였다. [사진 리한나 인스타그램] 

2017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에 참석한 리한나. 파격적인 시스루 패션을 선보였다. [사진 리한나 인스타그램]

노출에 ‘걸크러쉬’ 입히기

2017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현장. 화려한 레이저 쇼와 열광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2017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 현장. 화려한 레이저 쇼와 열광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하지만 노출이라고 해서 마냥 관능적인 룩을 떠올려서는 곤란하다. 지난 6월 10일 찾은 UMF 현장에서 발견한 몇몇 페스티벌 룩은 오히려 노출은 했지만 야릇한 상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개성 넘치는 룩이 대부분이었다. 남의 시선을 끌기 위한 전형적 노출이라보다, 자신의 개성을 표출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는 얘기다.

2017 UMF 현장에서 가죽 소재의 스키니와 형광색 크롭 톱으로 강렬한 패션을 선보인 모델 김상희.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2017 UMF 현장에서 가죽 소재의 스키니와 형광색 크롭 톱으로 강렬한 패션을 선보인 모델 김상희.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그러다보니 이들의 노출 패션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었다. 일단 ‘센캐(센 캐릭터의 준말)’를 강조하는 차림이다. 가죽 소재의 팬츠나 반바지, 대담한 액세서리, 타투가 흔하게 보인다. 신발은 주로 운동화나 워커다. 레터링 티셔츠로 개성을 표현하거나 큼직한 로고가 수놓인 벨트를 길게 늘어트려 입는다. 흔히 말하는 ‘센 언니’ 룩이다. 그러다보니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반긴다. 요즘말로 여자들에게 어필하는 여자라는 뜻의 ‘걸크러쉬’ 무드를 물씬 풍긴다.

유난히 벨트를 길게 늘린 룩이 자주 목격되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유난히 벨트를 길게 늘린 룩이 자주 목격되었다.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매년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UMF’ 등 음악 페스티벌 현장에서 스트리트 패션 사진을 촬영하는 사진가 백성원씨는 “올해는 유난히 여성미를 드러내는 노출 의상보다 강렬한 무드의 의상이 많이 눈에 띈다”며 “특히 거친 느낌의 망사 스타킹의 활약이 눈부시다”고 관전평을 전했다.

지난 5월 13일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2017'에서 포착한 망사 스타킹 패션.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지난 5월 13일 열린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2017'에서 포착한 망사 스타킹 패션.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뒤집어야 파격적이다

그런데 망사 스타킹이라니? 에로틱한 망상을 불러일으키는 망사 스타킹을 활용해 어떻게 강렬한 패션을 완성한 것일까? 일단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스타킹은 치마와 함께 매치해야한다는 공식을 뒤집었다. 짧은 데님 소재의 반바지를 입고 망사 스타킹을 신은 뒤 투박한 워커로 마무리한다. 혹은 망사 스타킹을 신고 그 위에 과감하게 찢어진 청바지를 덧입는다. 청바지 틈 사이사이로 보이는 망사 스타킹은 여성스럽거나 야릇한 느낌을 주기보다 오히려 독특하면서도 패셔너블한 느낌을 준다.

오프 숄더 톱과 찢어진 청바지, 망사 스타킹으로 페스티벌 룩을 완성했다. 2017 UMF 현장.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오프 숄더 톱과 찢어진 청바지, 망사 스타킹으로 페스티벌 룩을 완성했다. 2017 UMF 현장.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앞 보다 등 뒤를 훅 판 백-리스(back-less) 패션도 눈에 띈다. 보통 깊이 파인 V넥 라인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기존의 노출 공식을 뒤집는다. 등을 훤히 드러내고 어깨에 작은 타투를 더해 시선을 잡아끈다.

'앞'보다 '뒤'를 노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7 UMF 현장.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앞'보다 '뒤'를 노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2017 UMF 현장. [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옷 속으로 드러나지 않게 입어야하는 속옷을 훤히 드러내는 것도 특징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코첼라 뮤직 페스티벌의 올해 흥행 패션 코드와 닮았다. 화려한 레이스의 속옷을 입고 이를 드러내는 반투명 니트를 겹쳐 입어 속옷이 그대로 드러나 보이게 한다. 뷔스티에(코르셋 모양의 톱)나 브라렛(와이어나 패드 없는 얇은 브라) 등 속옷 형태의 옷을 드러내 놓고 입거나 티셔츠 밖으로 겹쳐 입는 방식도 있다.

레이스 속옷 위에 시스루 톱을 겹쳐 입었다. 2017 UMF 현장[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레이스 속옷 위에 시스루 톱을 겹쳐 입었다. 2017 UMF 현장[사진 스트리트 사진가 백성원]

‘관종’과 ‘패피’는 한 끗 차

특이한 '엉찢(엉덩이 부위를 찢은)' 패션을 선보인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베트멍. 지난 4월 공개된 베트멍과 리바이스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다.[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특이한 '엉찢(엉덩이 부위를 찢은)' 패션을 선보인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베트멍. 지난 4월 공개된 베트멍과 리바이스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다.[사진 베트멍 공식 인스타그램]

노출 패션을 근사하게 만드는 작은 차이는 기존의 ‘패션 룰’을 어떻게 전복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즉 노출 패션의 수위보다 방식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여기서 노출 패션은 시선 끌기를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음악 페스티벌에서 보이는 노출 패션에 대해 “같은 페스티벌 속 같은 노출 패션이라도 자기만의 방식을 찾으려고 하는 경쟁 심리가 드러나 있다”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사회적 자존감 즉, 자기 자신의 기호와 그 표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심리를 반영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패션 큐레이터 김홍기씨는 원래부터 노출이 가진 사회적 의미에 주목했다. “기존 관념을 비틀고 저항하는 옷 입기 방식이 노출 패션”이라며 “페스티벌이라는 특수한 코드(하위문화) 속에서 기존 문화 혹은 통용되는 룰에서 벗어나 튀어 보이고자 하는 시도가 개성 넘치는 노출 패션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과한 노출은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지만 적어도 노출의 정도와 방식에 개성을 더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타인의 관심을 갈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 ‘관종(관심 종자)’와 뛰어난 패션 감각의 소유자인 '패션 피플'의 차이는 아주 작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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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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