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 잡으러 칼 빼드나? ...'금리 인상' 깜빡이 켠 한국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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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중앙포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중앙포토]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진 않는다.”(2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
“기준금리 인하의 필요성이 이전보다 줄었다.”(4월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경제 수준을 고려했을 때 현재 금리 수준도 충분히 완화적이다.”(5월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간담회)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6월 12일, 창립 제 67주년 기념사)

이주열 총재 "통화정책 완화 조정 가능성" 3년 만에 첫 언급 #미 Fed 금리 인상 확실시 되는데다 가계부채, 수출 호조 고려 #시장 전문가 "신호는 줬지만 실제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 예상"

통화정책과 관련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발언의 톤이 달라졌다. 지난 4월 더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을 그은 데 이어 12일엔 완화적 통화정책의 조정, 즉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 단, “앞으로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 총재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취임 직후였던 2014년 상반기 이후 3년 만에 처음이다. 이 총재 취임(2014년 4월) 이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한번도 기준금리를 올린 적 없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는 다섯차례에 걸쳐 인하돼 지난해 6월 이후 사상 최저인 1.25%를 유지하고 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지난 4월 왼쪽(기준금리 인하) 깜빡이를 끈 데 이어 오른쪽(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발짝 더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변화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반영한 것이다.

미 금리 올렸는데

미 금리 올렸는데

우선, 오는 13~14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FOMC회의에서 현 연 0.75~10%인 기준금리를 1.0~1.25%로 올릴 것이 확실하다고 예상한다.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가 같은 수준이 되는 셈이다. Fed는 올 하반기에도 최소 한차례, 또는 두차례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반기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 미국뿐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8일 ‘금리를 현 수준이나 더 낮은 수준으로 상당 기간 유지할 것’이라던 표현에서 ‘더 낮은 수준’이란 문구를 제외하며 입장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 한은으로서는 통화정책 조정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는 시장을 줄 필요가 있다.

경제 회복세가 예상을 웃돈다는 점도 한은의 입장이 달라지는 이유로 꼽힌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념사에서 “금년 중 경제성장률이 지난 4월 전망치를 상회할 것”이라며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면 성장세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2.6%로 한차례 상향 조정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7월에 또다시 올려잡을 거란 뜻이다. 한국은 반도체ㆍ디스플레이슬 중심으로 수출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이 지난 5월까지 7개월 연속 증가(전년 동기 대비)하고 있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역시 1.1%로 6분기 만에 1%대로 올라섰다.

급등한 부동산 가격과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새 정부가 부동산 대책 마련에 나선 만큼 한은의 통화정책도 이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 앞서 지난 5일 인사청문회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계부채 증가는 담보인정비율(LTV)ㆍ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외에도 저금리 기조와 주택시장 호조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동연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는 이번 주 중 재정ㆍ통화정책 협력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회동을 열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이날 윤면식 한은 부총재보는 “(금통위 이후) 여러 지표가 경기 회복세를 나타내주고 가계부채,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커졌다”며 “지난번(금리 추가 인하 필요성 줄었다)보다 총재 메시지가 반걸음 더 나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한국은행이 이른 시일 내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진 않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엇보다 새 정부가 11조원대 추경을 편성해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서긴 어렵다는 관측이다. 김두언 하나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FOMC 회의를 앞두고 있는 데다, 부동산 투기수요가 생각보다 강하다보니 이를 염두해두고 이주열 총재가 시장에 메시지를 보냈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기준금리 동결이 유지될 거라는 전망을 수정할 정도로 강한 입장 변화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내년에나 가능할 거란 분석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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