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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뿔싸” 자충수 된 메이의 승부수 ‘조기 총선’…책임론 솔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민심을 너무 자만했던 것일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조기 총선’ 승부수가 되려 그의 발목을 잡고 말았다.

조기 총선으로 '브렉시트 협상력' 쥐려던 메이 총리 #잇딴 테러 등으로 '현 정권 심판 무대'된 총선에 #보수당 외려 의석 잃고, '메이 총리 사퇴론' 나와

선거운동 기간 중 영국 버크셔주 슬라우에서 연설하고 있는 테리사 메이 총리. [AP=연합뉴스]

선거운동 기간 중 영국 버크셔주 슬라우에서 연설하고 있는 테리사 메이 총리. [AP=연합뉴스]

애초 메이가 조기 총선이란 승부수를 내놓은 것은, 집권 여당인 보수당이 제1당으로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서 조기에 총선을 진행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선거로 선출된 총리가 아니라는 자신의 정치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도 다분했다.

 그러나 메이의 승부수는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말았다.

9일(이하 현지시간) 새벽 현재 650개 선거구 중 634개 선거구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보수당은 309석을 얻는 데 그쳤다. 남은 의석을 모두 가져간다 해도 과반(650석 중 326석)에 모자란다. 보수당은 여전히 제1당이긴 하지만, 힘은 크게 빠진다.

 압도적 과반을 기대했던 메이와 보수당(현재 330석)으로선 통한의 패배다.

반면 노동당은 의석을 늘렸다. 다만, 스코틀랜드국민당과 자유민주당도 각각 30여 석과 10여 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돼 보수당과 노동당 그 어느 쪽도 과반을 얻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수당의 연립정부 성사가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연립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보수당은 추진하는 정책마다 야당의 반발에 부닥칠 소지가 커진다.

특히 ‘하드 브렉시트’ 협상에 빨간불이 들어오게 된다. 보수당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중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부진으로 최대한 EU 단일시장 접근을 유지하겠다는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메이의 총선과반 달성 실패는 민심을 오판했기 때문이다. 총선을 ‘브렉시트 총선’으로 만들겠다는 메이의 기대와 달리 총선은 보수당 정권에 대한 심판 무대로 흘러갔다는 것이 영국 언론들의 분석이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페이스북]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페이스북]

코빈이 이끄는 노동당은  보수당이 집권한 7년 동안 불평등 문제가 더욱 심각해졌다고 끈질기게 공격했다. 이에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영국에서 잇따라 일어난 테러는 보수당에 더욱 악재가 됐다. 이른바 ‘안보무능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메이는 국면 돌파를 위해 “테러 용의자 추방을 강화하고, 극단주의자에 대한 통제를 확대하겠다”며 “인권법이 걸림돌이 된다면 이를 바꿔서라도 안보를 지키겠다”는 과격한 발언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영국인들의 불만을 잠재우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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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당 내에선 ‘메이 책임론’이 대두하고 있다.

메이는 취임 초기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와 비교되며 기대를 모았지만, 특별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결의가 허약한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자 그는 총선을 앞당겨 실시해 보수당 의석을 늘리고 브렉시트에서 강력한 협상권을 발휘하겠다며 승부수를 던졌다. 조기총선은 보수당 내부에서도 충격으로 받아들였을 정도로 메이와 그 측근 주도로 은밀하게 추진됐다.

이 때문에 메이가 총리직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란 말이 보수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메이가 총리직을 유지하더라도 권위가 훼손될 것이고,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도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코빈 노동당 대표 또한 메이의 사퇴를 촉구했다. 코빈 대표는 “영국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새로운 정부를 위해 메이 총리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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